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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기아 쏘렌토R (XM)

화제의 중심, 기아 쏘렌토R을 시승해보니

최근 쏘렌토 관련 블로그 포스팅을 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방문자가 많은 날은 쏘렌토에 관한 글을 읽는 사람이 10만명을 넘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인터넷 인구 1천만 시대라던데, 그러면 인터넷을 켠 사람 100명중 한명이 제 블로그에서 해당 글을 읽었다는 말이네요. 왜 이처럼 많은 소비자들이 쏘렌토 관련 정보를 찾아오게 된 것일까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아마 쏘렌토가 지난 4월2일 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전시장에 전시되지 않기 때문일겁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를 보지도 않고 계약한 사람만 현재 약 3천여명. 일간 계약 건수가 200대에 달해 지금 계약하더라도 적어도 3개월 후에야 차를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쏘렌토에 대한 인기를 짐작할 수 있게 합니다.

쏘렌토가 대체 어떤 차길래 이렇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지 지난 18일, 직접 기아차 화성공장까지 내려가 시승을 해봤습니다.



쏘렌토를 시승해보니

1) 디젤의 달리기

외부에서 보니 크르르르~ 하는 디젤 특유의 공회전 소리가 나서 디젤엔진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실내에 들어서니 디젤 소리나 진동을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물론 이 차가 새차이기 때문에 그럴수도 있을 겁니다.

실내는 3열까지 있었지만, 일단 5명이 2열까지만 타봤습니다. 시꺼먼 장정들이 가득 탄 차는 힘이 부족할법도 한데, 치고 나가는 느낌이 상당히 강력하게 느껴졌습니다. 200마력에 44.5kg-m의 토크가 실감났습니다. 

좀 더 가벼운 시승을 위해 사람들을 모두 내리게 한 후 혼자서 차를 몰았습니다. 혼자 타보니 또 전혀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디젤 특유의 밀고 나가는 느낌과 사뿐해진 가속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2) 서스펜션·코너링

가장 놀라운 것은 코너링시 차체의 거동입니다.

시속 140km에서 급 차선 변경을 해보니 SUV 특유의 기우뚱하는 느낌도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원을 그리며 코너링을 해보니 차는 기울어짐이 거의 없이 그대로 빠져나갔습니다. 일반적으로 SUV라면 급코너에서 차체가 뒤집어질듯 기울어지는데, 이 차는 높은 차체에도 불구하고 큰 흔들림없이 돌아나갈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 서스펜션은 매우 단단해졌습니다.

현대·기아차가 최근 서스펜션을 점차 단단하게 만들어가고 있는데, 이 차의 경우 국산 SUV 중 가장 단단하다고 느껴졌습니다. 때문에 노면 잔충격이 그대로 전해졌는데, 운전을 즐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 부분을 좋게 볼 것이고, 연세가 많은 운전자분들이나 푹신한 SUV에 익숙한 분들은 "승차감이 나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단단한 서스펜션의 유럽 SUV들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런 변화에 전적으로 찬성입니다.

3) 실내외 디자인 구성

쏘렌토는 실내외를 모두 여러차례 보고 사진도 찍었기 때문에 이제는 친근하다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전면은 기존 모델에 비해 후드를 높여 그릴의 위치를 높게 자리잡도록 했다고 합니다. SUV 특유의 위압감을 만들어 내기 위한 시도입니다. 반면 전고는 낮추고 지상고도 32mm가량 낮춰 다이내믹한 차체를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차체가 낮고 길어져 일부 참가자는 뒤에서 볼 때 세단 느낌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기존 모델에 비해 차체가 낮아지고 오버행이 길어 졌다는 점은 오프로드보다는 일반도로에서 달리기 좋도록 설정된 것입니다.

테일램프에는 모하비마냥 80개 눈부신 LED가 박혀있습니다. 어이쿠. LED 테일램프는 패스.

실내에 운전석과 조수석 가운데 있는 팔걸이(암레스트)가 크다고 생각은 했지만, 자료를 보니 14인치 노트북이 그대로 들어가는 크기라고 합니다. 깊이도 어마어마 합니다. 손바닥부터 팔꿈치까지 거리쯤 됩니다. 장점이야 여러가지 짐을 넣을 수 있다는 것이겠지만, 일단 들어간 짐을 꺼내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열선은 2열에도 있고, 3열 레그룸도 102mm나 키운데다 별도의 에어컨 토출구를 만드는 등 2,3열에도 신경을 쓴 흔적이 보입니다. 덕분에 트렁크 공간도 상당히 커져 3열을 앞으로 눕혔을 떄 골프채가 가로로 4개, 그 위에 보스톤백 4개가 쉽게 들어간다는군요. 2열까지 앞으로 젖히면? 대형 냉장고도 충분히 넣을 수 있겠습니다.



비교 있어요…QM5 vs 쏘렌토R

이날 쏘렌토R의 비교대상은 최소한 현대 싼타페 정도는 돼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기아차 관계자들은 현대차가 한식구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타사 차량을 비교대상으로 불러온 듯 했습니다. 

비교 차량은 르노삼성의 소형 SUV, QM5였습니다. 크기는 상당히 다르지만 가격은 2630만원~2900만원대로 꽤 비슷한 수준입니다. 소형이면서도 다양한 기능을 더하는 등 프리미엄급으로 만들어져서 그렇게 비싸다는 것이 르노삼성 측의 설명입니다.

아시다시피 르노삼성 QM5는 닛산 로그(Rogue)와 쌍둥이차로, 일부 옵션에서만 차이가 있는 정도로 성능이나 느낌이 유사합니다. 르노삼성 QM5와 비교는 한편으로 닛산 로그와의 비교이기도 합니다.

QM5가 마르티스처럼 앙증맞고 귀여운 차라면 쏘렌토는 골드 리트리버처럼 충직한 느낌의 차라는 느낌이었습니다.

1) 파노라마 썬루프

두 차가 모두 파노라마 썬루프를 갖췄습니다. 2열이나 3열(쏘렌토의 경우에만)에서 천정으로 바깥을 볼 수 있어 개방감이 뛰어나고 기분이 좋아지는 훌륭한 옵션입니다. 가능하면 꼭 장착하고 싶은 옵션입니다.

그러나 이 옵션의 단점은 겨울에 춥고 여름에 더워지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롤 블라인드 차양막이 필수적인데, 천정 롤블라인드는 QM5쪽이 약간 아쉬웠습니다. 반투명해서 햇빛을 완전히 막을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반면 쏘렌토 쪽은 두꺼운 면을 이용해 햇볕이 들어오는 것을 완전히 차단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2) 무게감, 실내 공간

두 차가 크기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QM5는 소형차를 기본으로 한 SUV고, 쏘렌토는 중형차를 기본으로 한 SUV다 보니 차이가 많습니다. 특히 쏘렌토의 경우 3열시트까지 갖춰진 준대형 SUV에 속하는 반면, QM5는 전형적인 콤팩트 SUV였습니다.

QM5는 차가 작다보니 귀여운 느낌이 강합니다. 실내도 더 아기자기해서 여성운전자들이나 어린 운전자들이 타기에 좋을 것 같습니다.

QM5의 보스 오디오 성능은 놀라운 수준입니다. 사실 브랜드는 같지만, 닛산 로그의 보스 오디오에 비해 한 단계 위의 사운드를 냅니다. 쏘렌토R의 오디오는 JBL로 꽤 좋은편이긴 하지만, QM5에 비해 음이 꽉찬 느낌이 덜했습니다.

3) 달리기 성능

차를 몰아보니 QM5의 핸들 느낌은 매우 가볍습니다. 통통 튀는듯 하기도 하고, 그 때문에 신나게 달려도 재미있기도 합니다. 핸들 조종에 따라 차 머리가 돌아가는 '회두성'이 좋기 때문입니다. 잘 만들고 잘 가다듬은 서스펜션이 운전의 재미를 느끼게 해줍니다. 그러나 코너에서 차체 기울어짐이 쏘렌토에 비해 큰 편입니다.

쏘렌토의 핸들 느낌은 좀 더 묵직하고 늦게 따라오는 느낌입니다. 그러나 코너에 접어들면 꾸준한 코너링에도 차체가 밀려나거나 기울어짐이 없어 인상적이었습니다. 어지간한 세단보다 단단한 서스펜션과 강성으로 차체가 코스를 이탈하는 일이 적었습니다.

시속 100km까지 달리기 성능은 두 차가 공히 10초 가량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실제 드래그 레이스를 펼쳐보니 쏘렌토가 월등히 앞섰습니다. 출발부터 달리기 성능이 계속 앞서기 때문에 QM5 쪽이 달리기에서 쏘렌토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QM5에서 채용한 무단 변속기의 변속 느낌은 일부는 장점이라하고 일부는 단점으로 보는 부분입니다. 반면 QM5도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브레이크의 경우 민감도가 매우 높아 발만 얹으면 차가 멈추는 등 뛰어난 성능으로 평가가 좋았습니다.


타보니 … 결론은 우려반 기대반 

지난번 쏘렌토R에 관련된 기사를 몇번 올렸는데, 그때마다 독자들이 똑같은 지적을 해주었습니다.

실내 내장과 내구성에 대한 지적이었습니다. 모터쇼에 가서 봤더니 내장이 별로였다거나 혹은 기존 기아 신차들의 실내에 아쉬움이 있었다는 등의 내용입니다.

그러나 쏘렌토의 실내는 예상보다 훨씬 나았습니다. 모터쇼에서 전시된 차는 양산차가 아니라 T3(트라이얼) 차량으로 질감등이 개선되기 전 모델이라고 하더라구요. 또 최근 기아차에서 내놓은 신차들이 외관에 비해 실내 질감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음에 따라 이번 쏘렌토R은 내장의 질감 등을 향상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때문에 양산 시기도 많이 뒤로 늦춰졌다죠?

제가 보기엔 쏘렌토R의 실내가 뚜렷한 개성이 느껴지는 스타일까지는 아니었지만, 엉성하게 만든 실내는 결코 아니었습니다. 무난하면서 고급스러움을 추구한 디자인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내구성에 있어서는 아직 알 수 없었습니다. 성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킨 신형 R엔진에 신형 6단 변속기까지 장착했으니 우려가 있는게 사실입니다. 적어도 5년은 지나봐야 내구성에 대해 정확한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아차측은 왠일인지 내구성을 자신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왜인가 했더니 100여대의 쏘렌토R을 30만km까지 주행테스트를 해보았는데, 대체로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로 인해 쏘렌토R은 기존 다른 차들과 달리 3년 8만킬로까지 보장하던것을 5년 10만킬로까지 무상보증기간을 늘려잡았습니다.

쏘렌토에 대해 여러가지 의견도 많고, 정확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타고 다녀야 알일 입니다. 그러나 기존에 비해 성능과 디자인, 내구성 등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것만은 사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