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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흥미꺼리/취재 뒷담화

기자(記者)…글을 쓰는 사람

고등학교때부터 PC통신과 잡지에 글을 썼다. 대학 1학년 때는 내 이름으로 된 책도 2권이 나왔다.

그걸 본 친구 중 한명이 "너는 나중에 기자를 하면 되겠다"고 했다.

당시는 무슨 뜬금없는 얘기냐 웃어 넘겼다.

'기자'가 뭔지 몰랐고, 글만 써서 먹고 사는 사람이 있다는게 잘 이해도 안됐고... 그래서 웃었더랬다.

생산적인 일은 하나 안하고, 그것도 소설도 수필도 아닌. 그냥 수박 겉핥기 같이 주워들은 글만 늘어 놓으면서 돈을 받는다니 말 같지도 않게 들렸다.

그 친구가 "그래도 기자는 좋은 직업"이라기에 그냥 칭찬인가보다 했다.


10년이 지나, 정말 난 '기자'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다. 이게 6년째다.


그런데 아직도 기자가 뭔지 도통 모른다. 알고 있다 생각했는데, 전혀 몰라왔던 거다.

그동안 막연히 체득한 것은

글을 쓰는것만 기자가 아니고,
발빠르게 취재해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것도 기자인 반면,

남의 글을 고스란히 베끼는 것도 기자고,
홍보자료를 그대로 올려주는 것도,
남을 협박하거나 강탈하는 것도 기자라는 것을 알았다.

스팸에 다를 바 없는 공해를 일으키는 것도 기자의 책임이고,
어린 청소년에게 음란한 상상을 불러일으켜 사회의 독버섯으로 자라게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우리 기자들이 한 짓이다.

그래, 그것까지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업체로부터 수천만원에 달하는 돈을 받고
투자자들에게 수백억에 달하는 피해를 입힌 기자가 있다는 것은 새삼 충격적이다.

내가 해왔던 일이.

사회에 정의를 바로 잡는 일은 못 될 망정.

스팸을 뿌리는 수준도 아니고. 분위기를 이상하게 이끌어가는 정도도 아니고.

내 사리사욕을 챙기기 위해 사람들 주머니를 털고, 거짓부렁을 하는 일이었다니.

이런게 기자라면 그만 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