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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흥미꺼리/취재 뒷담화

줄자가 필요 없어진 세상…100미터도 1초만에 재는 ‘거리측정기’

정말 희한한 세상입니다. 이렇게까지 변한걸 알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바로 아래 물건을 사용해보았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줄자가 없어지는 것도 머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느날 집에 가니 이런게 와 있었어요.

OO블로그라는 회사에서 보내왔던데, 제가 나름대로 파워 블로거라고 해서 보내 온 모양이예요.

그런데, 얼핏 봐선 뭔지를 모르겠더라구요. 무슨 전자계산기 같기도 하고...

 

뒷면에는 이렇게 그려져 있었음


가만 생각해보니 '보쉬거리측정기' 리뷰를 한다는 글을 봤던 것 같기도 하고. 제품이 너무 궁금해서 호기심에 신청했던 기억이 나더라구요.

여튼, 제품을 받아들고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당최 이게 뭐하는데 쓰는거냐.

거리측정?

우선 당장 밖으로 나가서 테스트 해봤습니다.

우리 아파트. 역삼래미안. 20층.

꼭대기까지 몇미터일까.

버튼을 누르니... 빨간 레이저가 나가고.
0.1초만에 "삐빅" 하고 아래처럼 되더군요.
우와 진짜 신기!!!!!!

57.395미터. 꼭대기까지 거리를 mm단위까지 알려주는군요! 이렇게 정확한게 대체 왜 필요한지 궁금해질 정도더군요. 아마 건설업자들은 필요할 수도 있겠어요.

여튼, 제가 잰건 순수한 건물 높이는 아니죠. 내 위치로부터 건물 꼭대기까지의 거리구요. 난 건물로부터 떨어져 있으니까요.

건물 높이를 정확히 재려면,  버튼을 눌러서 정면까지의 거리, 건물 꼭대기까지 거리를 입력하면.

피타고라스 정리를 통해서
이렇게 정확한 건물 높이만 나오게도 됩니다.

직접해보면 진짜 신기하고 재미있습니다.

한참동안 주변 여러 건물에 레이저로 삑삑 대면서 거리를 재봤습니다. 가깝게는 몇 cm에서 멀리는 100미터 넘는 거리도 정확하게 측정되더군요. 아 정말 너무 신기해!

제조사 말에 따르면 이 제품은 상급기종이어서 150미터까지 mm단위로 측정된다고 합니다. 정말 기술발전에 놀랐습니다.

너무 신기하고, 건설이나 인테리어 공사하는 분들에게는 정말 필수적인 장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벽에 현수막 같은걸 붙일때도 정확한 사이즈를 확인할 수 있어서 좋겠더라구요.

그렇지만 정작 제게는 아무 소용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동안 자동차를 취재하면서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이 있었습니다.

요즘 실내가 넓다고 광고하지 않는 차가 하나도 없어요. 다 트렁크 넓고 거주공간이 넓다고 광고하죠. 그런데도 이상하게 머리가 천장에 닿는 차가 많고, 골프백이 들어가지 않는 차가 많더군요.

이거 도무지 믿을수가 없어서, 줄자를 가지고 실내 공간을 직접 파악하려고 까지 했는데, 그 또한 쉽지 않더군요. 신차라면 둘러볼 수 있는 시간도 너무 짧구요. 줄자로 재려면 누군가 한명 더 있어야 하니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다음날은 혼다 하이브리드차인 인사이트의 신차발표회 날.

 


기존 혼다 시빅 등에 비해 넓은 실내공간을 자랑하는 혼다 인사이트. 패밀리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어린이 모델까지 데려다 놨지요.

 
겉모양이 멋진 것은 인정.

실내 공간이 넓은지는 참 고민이 되네요. 한 기자가 올라타서 공간을 가늠해보긴 했지만. 저렇게 해서 공간 크기를 알 수가 있나요.

거리측정기로 실내 공간을 재 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트렁크 공간부터. 이렇게 측정했습니다.

 
길이는 0.835m , 너비는 가장 긴 부분이 1.354m... 골프백 2개는 여유있게 넣고 나머지도 엄청 들어가겠네요. 이전의 하이브리드 차들이 트렁크가 작았던 것을 감안하면 트렁크 크기는 정말 하이브리드차 중 최고 수준인 것 같아요.

나머지 실내 공간도 측정했는데요.

숫자로만 보여드리면 잘 모르실 것 같아서 제 차와 비교해봤습니다. BMW 3 시리즈죠.

인사이트의 좌우 폭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왼쪽은 뒷좌석 폭. 오른쪽은 앞좌석의 폭입니다. 

1.398m... 호오 소형차임을 감안하면 괜찮은데요?
BMW 3시리즈의 좌우폭은 1.421m~1.480mm정도로 불과 3~10cm 정도 차이네요?

시트에서 천장까지의 거리는. 0.96m입니다. 말하자면 엉덩이부터 머리까지의 거리가 약 1m되는 사람까지는 머리가 닿지 않고 탈 수 있는거죠. 꽤 충분합니다.

이 부분은 BMW 3시리즈가 오히려 조금 작게 나왔네요. 시트 엉덩이부터 천장까지 거리인데, 약간 각도가 있으니 재는 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을겁니다. 두차의 머리공간은 비슷한거죠.

 

실내 길이. 인사이트가 좌측. BMW3이 우측입니다. 엥. 실내길이에서 인사이트가 더 길군요.

요즘 가장 중요한 것은 뒷좌석 머리 공간인데요.
앉아서 이렇게 재보면 도무지 비교가 안되죠. 어찌보면 좁아보이기도. 어찌보면 넓어보이기도.
 

거리 측정기로 재보면 0.889m 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좌)

BMW는 0.896m 였습니다.(우) 역시 뒷좌석 머리공간은 3시리즈가 조금 더 크네요.

기특한 이 제품으로 더 많은 차종의 실내 크기를 재고, 시승기에 활용하려 했는데, 업체에서 반납을 해달라고 해서 제품은 이미 반납한 상태.

며칠전에 엑센트를 시승하면서 이 물건이 있으면 정말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무래도 하나 사야할 것 같아요. 이 제품은 가장 비싼 것이어서 약 30만원선인것 같던데, 10만원대의 저렴한 물건도 있다고 하니, 좀 더 찾아봐야겠습니다.

저런 제품을 사기는 무리니, 아쉬움을 안고서, 제품 사진을 올려봅니다.


 

옆면. 저 구멍을 통해 들여다보면 멀리 빨간색 레이저가 찍히는 것이 자세히 보인다. 낮에 레이저가 조준하는 곳이 잘 안보일때 사용한다.

뒷면. AA전지 4개가 들어가고. 삼각대에 끼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벽 모서리에서 재기 시작하는 경우는 제품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 경우 저 막대기를 세워서 모서리 끝에 대고 재면 정확한 거리가 나온다.

앞부분에는 레이저 송신부, 레이저 수신부 같은 다양한 렌즈가 잘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