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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흥미꺼리/취재 뒷담화

[망가지는국어] 스타벅스, 생크림 괜찮으세요?

처음엔 그렇지 않았는데, 언제부턴가 스타벅스, 커피빈, 카페베네 할 것 없이 커피를 주문하면 반드시 나오는 표현이 있지요.

"생크림 괜찮으세요?"

'커피 위에 생크림을 얹어 드릴까요?'라는 의미의 질문인데요. 이 말은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어서 조금 더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표현을 조금 바꿔서, 이렇게 얘기를 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점원 : 커피 드시겠어요?

손님 : 괜찮습니다

손님의 말이 어떻게 들리시나요?

커피를 먹겠다는 의미로 들리시진 않을겁니다. 분명히 먹지 않겠다는 의미지요.

우리 말에서 '괜찮다'는 표현은 '나쁘지 않다'는 의미와 함께 일반적으로 사양의 완곡한 표현으로 쓰여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즘,

점원: 생크림 괜찮으세요?
손님: 생크림 괜찮습니다.
점원: ?????
손님: 아니 내가 생크림 괜찮다고 했는데 왜!!

손님이 이렇게 "괜찮다"고 대답하면 사양의 뜻도 되는 동시에, 먹겠다는 의미도 되기 때문에 질문한 사람이 헛갈리게 됩니다. 질문한 사람이 자신의 의도에 따라 스스로 해석해 버려야 하는거죠.

사실 '괜찮다'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이렇게 됩니다.


따라서 "생크림 괜찮으세요?" 라는 말은 어법에도 전혀 맞지 않습니다.

생크림을 넣을까 말까를 굳이 '괜찮다'와 함께 물어보려면 2번 용법을 사용해야 하는데,

"생크림 넣어 드려도 괜찮을까요?"

라고 해야 그나마 맞는 문장이 됩니다.

그러나 "괜찮다"라는 표현을 안쓰는게 더 좋겠습니다. 서양식의 공손한 표현인 'Would you mind~'를 번역하다 보니 자주 등장하는 표현인 것 같은데요. 사실 우리는 최근까지 그런 표현을 거의 쓰지 않았습니다.

"생크림 넣어드릴까요?"

라고 하는게 맞는 표현이죠.

제가 왜 굳이 이 표현을 우려하느냐 하면, 자칫 한 단어의 용법을 파괴할 가능성이 높아서 입니다.

굳이 용법에도 맞지 않는 표현을 모든 커피숍에서 하고 있는걸 보면 아마 각 브랜드의 매니저급이 점원에게 이렇게 말하도록 가르치고 있는 모양인데요.

이대로라면 이렇게 될겁니다.
"얘야, 김치찌게 끓여줄까?" / "괜찮아요" / ???
이게 먹겠다는건지 먹지 않겠다는건지 파악할 수 없게 되겠죠.

당연히
"어머님, 점심식사 괜찮으세요?"
이렇게 물어보는 젊은 며느리도 곧 생길겁니다. 그러면 "괜찮다"는 우리말에서 무의미한 단어가 돼 버릴겁니다.

이미 우리말이나 일본말에는 의미 파악이 어려운 표현이 꽤 생겼습니다.

"여기 자리 있나요?" / "네, 자리 있어요" / ???

이런걸 보면 안타깝지 않으신가요?

언어는 누군가 일부러 만들어낸 것이 아니고 상호간 맺은 약속이지요. 따라서 여럿이 엉터리로 쓰기 시작하면 뒤죽박죽이 됩니다.

커피전문점처럼 전국적으로 많은 곳에 존재하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업소에서 이런 잘못된 표현을 계속 쓰면 몇몇 말 뜻이 엉망이 되는건 순식간일겁니다. 비록 해외에서 들어온 체인점이 대부분이라고 하지만, 한국인으로서 사명감을 갖고 바른 언어가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