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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흥미꺼리/취재 뒷담화

자동차 디자인 혁신, '기회'이자 '위협'

TV에서 토론이 벌어진다. 처음엔 꽤 예쁜 여성이라고 생각해서 얘기를 귀담아 들었는데, 입을 열때마다 머리가 비어있는 듯한 망언과 독설을 내뿜고 있다. 갑자기 나쁜 점이 더 도드라져 보이고 더 이상 예쁘게 보이지도 않는다.

좋은 자동차 디자인이란 뭘까. 바로 이런 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디자인은 기능을 도드라지게 하는 행위다. 예를 들면 아이폰4는 전후면이 유리로 덮이고 무광의 테두리를 갖춘 완벽한 디자인을 갖췄다. 아이폰의 디자인은 간결하고 우아해 이 폰이 두터운 벽 없이 인간의 생활에 녹아들고, 미래지향적인 폰이 될 것이라는 것을 설명해주고 있다.

하지만 아이폰은 새로운 개념의 소프트웨어, 매끄러운 터치, PC 수준에 육박하는 프로세서, 선명한 디스플레이로 소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만약 이 디자인에 단순한 기존 전화기 역할이었다면 어떤 평가를 받았을까. 그저 연약하고 넙적하고 커다란 전화기였을 것이다. 오히려 그런 디자인을 만든 조나단 아이브를 바보 취급 했을지 모른다. 기능적이지 않은 디자인은 그저 괴상할 뿐이다.


벨로스터를 시승해보니 이 차가 바로 그런 괴상한 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1.6리터 GDi 엔진이 나쁘지 않고 디자인도 꽤 혁신적이다. 하지만 혁신으로 인해 디자인은 황당하게 보이고 엔진은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지게 된다.

현대차는 터보차가 나오기 전에 시장 추이를 살펴보기 위해 1.6리터 엔진을 장착했다고 한다. 우선 혁신적인 디자인부터 평가를 받기 위해 실험적으로 내놨다는 설명이다. 그렇지만 만약 람보르기니가 무르시엘라고를 디자인한 후 현대 쏘나타 엔진을 얹었다면, 그 디자인이 과연 멋지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뭐 저렇게 생긴차가 다 있냐고 손가락질 하지 않았을까?

아름다움을 평가하는 것은 절대적인 수치와 가치를 통한 것이 아니다. 비싸고 도도해서  예쁜 경우도 있고, 빠르고 실용적이어서 예쁜 경우도 있다.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아무리 조형미가 우수해도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다.

기능이 없는 디자인은 있을 수 없고, 디자인이 없는 기능은 선택받지 못한다. 외면과 내면의 조화를 이루는 기업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