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너무 거창했을까요. '핵심자료' 까지는 아니고, 지난주 있었던 'SM3 Z.E.' 기술발표 자료가 왔기에 글을 적어봅니다. 그런데 보내온 내용을 보니 의외로 꽤 도움이 되는 자료입니다.
그동안 전기차 관련 발표를 여러번 봤지만 이번처럼 착실하고 알차게 돼 있는 자료는 흔치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지난 수년간 르노, 닛산, 르노삼성이 함께 전기차 실증사업을 여러차례 해왔고 그 결과 이같은 노하우를 습득한 것 같았습니다.
그 와중에 표준 등을 놓고 여러가지 갈등도 빚어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이 글에서 모든 자료를 공개할 수는 없겠지만, 대외비라 생각되지 않는 내용에 대해선 프리젠테이션 자료 일부를 그대로 올려보겠습니다.
이번에 시승한 차는 이 차 입니다.
르노삼성 SM3 전기차 시승기…미래의 차 '성큼'
엔진룸(?)을 열어보면 이같이 엔진 대신에 전력 분배기, AC/DC컨버터 등이 들여다 보입니다. 깊이 들여다보면 90마력의 전기 모터도 보이죠.
바로 오염물질을 전혀 대기로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차의 엔진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누구 맘대로 친환경차래?
그런데 친환경차라는 말은 함부로 할 수 없는겁니다.
이 경우를 보죠. 지난달 BMW는 친환경 브랜드 i를 내놓았습니다. 곧 이 차를 시중에 내놓겠다고도 했습니다.
독일에서 오신 i 브랜드 엔지니어분들께 질의응답시간에 물었습니다.
Q. 요즘 원자력 발전소 겁나 무섭잖아. 원자력 빼면 대부분을 차지하는 화력 발전소 전기로 너네 차를 움직이면 총 CO2가 얼마나 나오니. 혹시 CO2양이 일반 가솔린차보다 오히려 많이 나오는건 아니니?
A. 음 그건 내가 데이터가 없어서 모르겠는데.
Q. 그러면 중국을 예로 들어보자. 중국은 이미 90% 넘게 화력 발전인데, 거기서 너네차 친환경 맞니?
A. 중국 상황을 왜 나한테 물어보니?
이렇게 답하더군요.
이러면 답이 없는겁니다. Well to tank(발전소에서 충전까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자신들의 차가 얼마나 많은 전기를 사용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듯 했습니다.
사실 스포티한 전기자동차라면 친환경차라 할 수 없습니다. 사실 디젤은 물론 가솔린에 비해서도 오히려 주행거리 대비 CO2 배출량이 많은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자동차의 환경공해를 얘기할 떄는 반드시
( Well to Tank + Tank to wheel )로 생각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내연기관에서
Well to Tank란 석유를 캐고, 배에 싣고, 정제하고, 배달하고, 주유소에서 주유하는 등의 전체 과정을 말합니다.
또 Tank to wheel 이란 연료 탱크에서 연료를 내보내 엔진에서 연소하고 바퀴가 구르도록 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따라서 전기차에서 Well to tank란 발전의 과정을 포함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가솔린엔진의 well to tank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를 냅니다.
특히 원자력 발전소의 경우는 발전 과정에서 CO2의 배출이 적지만, 석탄을 위주로하는 화력발전의 경우는 CO2 배출이 매우 높아집니다.
지금 일본(당분간 모든 원전이 멈췄으니..)이나 중국 같이, 전기 대부분을 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이용해 발전하는 경우는 상당수 전기차에서 일반 내연기관에 비해 오히려 CO2 배출량이 높아질 수 있다는겁니다.
그래서 르노삼성에서는 이와 같은 자료를 내놨습니다.
1.6리터 가솔린을 이용한 경우에 비해 SM3 Z.E의 CO2 배출은 월등히 적다는 내용입니다.
발전소가 풍력을 이용하는 경우 CO2는 이론적으로(실제는 그렇지 않지만) 0에 가깝게 나온다는 설명입니다.
심지어 발전소가 석탄만을 이용하는 경우도 적혀 있습니다.
발전소가 석탄만 사용한 경우, 디젤 내연기관과 비슷한 수준의 친환경성을 내는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결국 단순히 전기차를 친환경으로만 봐서는 안된다는 얘기가 되겠죠.
이 정도는 돼야 친환경이다 라는거죠.
르노, 닛산, 르노삼성이 내놓은 의견…표준이 잘 재정돼야
이날 프리젠테이션에서는
에디슨 전기차에 대한 설명도 있었습니다.
발명왕 에디슨이 별걸 다 했군요. 1913년에 이미 전기차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잘 보면 배터리 교환식으로 만들어져 있죠.
르노삼성의 퀵드롭 방식을 채택하는게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르노삼성은 배터리를 충전하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도록 퀵드롭 시스템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차량 아래에 퀵드롭 베드를 열어서 자동으로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겁니다.
- 새로운 충전시스템
르노삼성에서는 이번에 새로운 충전 시스템도 내놨습니다.
우리나라의 충전 시스템은 급속충전(DC)/완속충전(AC)의 두가지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가정에서는 교류(AC) 전기를 이용하니 케이블 충전을 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AC전원을 이용하구요.
차량용 배터리는 직류(DC)로 돼 있다보니 급속 충전을 위해선 DC가 필요하다는겁니다. DC로 변환을 위해선 충전기에 AC>DC 컨버터가 필요한데, 이게 매우 크고 비싸서 아무데나 설치할 수 없는게 문제가 됩니다.
차에도 충전 코드가 두가지(급속/완속)로 존재해야 합니다.
그런데 르노삼성은 이번에 급속 충전도 AC로 할 수 있는 기술인 카멜레온(CAMELEON)을 만들어 차량에 탑재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장치는 충전장비가 1/5 가량으로 저렴해 더 많은 숫자를 설치할 수 있고, 다양한 전압에서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서 보다 스마트하게 전기를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요즘 유행하는 스마트 그리드 전략에도 적합하다고 하겠습니다.
내년부터는 SM3 전기차에도 이 장비가 내장 됩니다.
이처럼 장점이 훨씬 많은, AC 급속 충전 기술은
르노, 다임러, 델타, 지멘스, 벨리오 등 회사가 주도하고 있는 반면, DC급속충전은 현대, GM 등이 채택하고 있습니다.
차량에 원래 있는 AC/DC 컨버터를 충전에 이용하는 것으로, 추가 비용이 적고 오히려 기존 소켓 등을 축소할 수 있어서 차량 탑재 비용은 비슷합니다.
따라서 이 경우는 무조건 AC급속충전이 답이라고 보면 됩니다.
새롭게 만들어진 기술이니만큼 선입견을 버리고 조속히 검토 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어떤 충전기를 이용할 것인가가 관건입니다.
르노삼성이나 현대기아 모두 3kW AC에서는 완속 충전이 됩니다. 15분 충전하면 8km 갈 수 있죠.
하지만 일반 가정에서 허용치인 3~22kw 인 경우 르노삼성의 충전기는 급속은 아니어도 중속 충전이 됩니다.
15분만에 50km를 갈 수 있는 충전이 된다는겁니다.
심지어 르노삼성 SM3 Z.E.는 43kw의 충전기에서는 급속 충전이 되기 때문에 15분이면 100km를 갈 수 있는 충전이 됩니다.
반면 현대기아차가 채택한 DC 충전시스템은 50kw DC에서만 급속충전을 할 수 있을 뿐 이하의 어떤 전기에서건 완속 충전밖에 못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현대기아차나 GM의 전기차 충전 시스템이 표준이 될 확률 못지 않게 카멜레온(CAMELEON) 시스템도 널리 퍼질 가능성이 있으니 (현대기아차가 채택할 가능성도 있고) 충전 시스템이 양쪽을 모두 지원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한다는 겁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충시는 의외로 니켈금속수소(NiMH)보다 먼저 나온 배터리였네요.
당시는 효율이 떨어졌지만, 최근 급속한 성장을 통해 압도적인 수준의 배터리 시스템이 된 것 같습니다.
리튬이온 외에도 독일 다임러는 다음 세대 전기차에 리튬황 배터리를 사용한다고 하니, 어찌 될지 점점 궁금해지네요.
어쨌거나 SM3 전기차로 돌아와서.
SM3 Z.E.는 일반 SM3에 비해 트렁크 공간이 13cm가량 더 긴 차입니다.
'혁신적'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차체 크기를 감안하면 90마력 정도면 나쁘지 않은 출력인 것 같습니다.
- 전기차의 특징 - 고속에서는 연비 떨어지지만 장점이 더 많아
엔진룸을 열면 처음에 보이는 것은 연결 박스,
두번째는 충전장치
세번째는 AC/DC 컨버터와 승압기
맨 아래에 모터와 감속기어가 있네요.
아시다시피 전기모터만 있을 뿐 변속기는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전기차는 고속에서 모터가 열심히 돌아야 하고, 따라서 고속 연비가 급격히 낮아지죠.
반면 좋은 특징도 있습니다.
일반 내연기관에 비해 초기 출력이 훨씬 우수하다는겁니다.
내연기관 모델의 토크는 막 증가하다가 떨어지게 돼 있는데요. 전기모터의 토크는 0 RPM부터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발휘됩니다.
따라서 시속 50km까지의 가속은 압도적입니다.
물론 시속 100km를 넘으면 가속감은 떨어지게 됩니다. 변속기가 없으니 당연하죠.
소음도 기존에 비해 절반 가량으로 낮게 느껴집니다. 불과 3dB 낮은데도요.
유지비도 낮아지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는 일반 가정용 전원으로 충전하는게 아니라 전기차 전용 요금제에 가입한 가정에서만 이런 절감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한전에 따르면 아직 일반가정에서 전기차 전용요금제를 시작한 경우는 없다고 합니다.
SM3 Z.E.의 1세대는 닛산과 NEC가 합작으로 만든 법인 AESC의 배터리를 이용했습니다. 닛산 리프에 장착되는 것이죠.
그런데 이번 모델은 LG화학 제품을 채택해 국내 판매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르노삼성은 이 차를 내놓으면서
스마트 기기의 연동을 가장 중요하게 내세우고 있습니다.
차가 일단 주행하기 시작하면 배터리가 줄어들 것이고, 계획과 달리 어디론가 가야 한다면
몇개 안되는 충전소를 알아야만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을테니까요.
일반 소비자들보다 렌탈, 카쉐어링 등에 더 적합하다고 보고 있었습니다.
긴급 출동서비스나 정비 보증도 중요하지요.
이래저래 준비가 착착 진행되는 듯 합니다.
사실 프랑스 르노는 이미 플루언스(SM3 전기차)와 Kangoo(배송용 차량)의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르노삼성은 올해 중으로 500대까지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합니다. 내년에는 양산하고 판매할 계획이라고 하구요.
이어 앞뒤로 앉는 2인승 탈것인 트위지 Z.E.나 소형차 ZOE Z.E.도 차차 내놓는다고 하니 무척 기대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르노삼성 전기차와 기아의 레이 전기차 비교표입니다.
에너지 소비효율은 조금 떨어지는 편이어서 아쉽습니다만, 다른 면에서는 마치 어른과 아이의 싸움 같습니다. 0-100km 가속시간에서부터, 모든 면에서 확실히 SM3가 앞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표준이 잘 만들어져야...
처음에는 그저 전기차는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거나, 단순한 기술이라고 여겼는데요. 전기차에 대한 여러가지 얘기들을 듣고보니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네요.
당장 5년 후 전기차가 어떤식으로 자리잡게 될지 모르지만, 이왕 만들어질거면 보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수용하고 면밀한 검토를 해서 올바른 표준을 만들어주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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