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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흥미꺼리/취재 뒷담화

[궁금녀 Q&A] 폭설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드라이빙 라이프, 자동차 전문지 탑라이더 김한용기자와 함께 합니다. 어제는 폭설이 많이 내렸었는데, 별 일 없으셨어요?


어제는 마침 전남 영암 F1 서킷을 갔었습니다. 레이서처럼 서킷을 주행해보기도 하고, 파일런 그러니까 원뿔을 세워놓고 고속으로 달려보기도 하는 체험행사가 있었거든요.


눈도 오는데 서킷을 달렸다니 좀 위험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네, 다른 브랜드면 그럴수도 있겠는데, 이번에 서킷에서 체험행사를 진행하는 업체가 마침 아우디였습니다. 이 회사는 콰트로라고 해서 4륜구동을 가장 큰 강점으로 갖고 있는 회사예요. 그러다보니까 눈이 오거나 비가 오면 더 신나서 진행하더라구요.


직접 아우디의 4륜 구동 승용차들을 몰아보니까 과연 그럴만 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4륜구동은 눈길이나 빗길은 물론 스포츠 주행 할때도 무척 도움이 되더라구요. 그런데 왜 국산차는 4륜구동을 만들지 않나 싶더라구요.


국산차 중에는 4륜구동 승용차가 없나요?


네, 국산 세단형 승용차 중에는 쌍용 체어맨에만 4륜구동 옵션이 있구요. 다른 모든 브랜드는 4륜 세단을 만들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제조사들은 4륜구동을 만드는데 무척 인색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4륜구동은 주로 SUV에서만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잖아요. 그것도 우리나라 법률이 2000년 중반까지는 반드시 모든 SUV가 4륜구동이어야 한다는 법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는 SUV를 전시에 동원 차량으로 차출했는데. 그러다보니 이런 법규도 만들고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주기도 했지요.


아 SUV는 막연히 4륜 구동인줄 알았는데, 그런 법규가 있었기 때문에 그랬군요.


네, 그런데 최근엔 SUV를 전시에 동원해야 하는 의무도 없어졌지요. 그러면서 4륜 구동이어야 한다는 법규도 사라지고 대신 LSD나 VDC를 장착하면 되는걸로 바뀌었습니다. 지금 팔리는 국산 SUV들이 험로를 잘 달리게 생겼지만, 실은 70~80% 정도는 4륜구동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기아 모하비 같은 차는 차체가 더 크고 무거운데다, 후륜구동이니까 시내의 완만한 언덕도 못올라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최근에는 현대차에서 제네시스나 에쿠스 같은 차를 내놓고 있죠. 이 차도 국내 최고의 차들이라고 해서 사장님들이 사는데 후륜구동차니까 아반떼도 올라가는 언덕을 잘 못올라갑니다. 어제 같은 날에는 사장님들이 퇴근하다 고생하거나, 지하철을 탈 수도 없고 해서 아주 불만이 많았겠죠. 


그래서 현대차도 내년부터는 제네시스와 에쿠스에 4륜구동 옵션을 넣는다고 합니다. 후륜구동 승용차를 만들면 당연히 겨울철에 불만이 나올텐데, 미리 예상하고 계획성 있게 제품을 내놓았다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늦게라도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옵션을 내놓는다고 하니까 다행이네요. 그런데 어제는 사고 소식도 많던데 전남에서 올라오시는 것도 만만치 않으셨겠어요.


안그래도 밤에 경부 고속도로를 올라오면서 사고 현장을 많이 목격했는데요. 정말 아찔한 모습이 많았습니다. 어떤 차는 중앙 분리대를 들이받고 섰는데 운전자가 내려서 맨손으로 수신호를 하고 있더라구요. 마침 그 부근에 차가  서행하고 있어서 망정이지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더라구요. 도로도 얼었던데 만약에 차가 미끄러지면 수신호 하는 분이 그대로 치일 수도 있는 상황이었어요. 


아 정말 위험했을것 같네요. 그런 경우 참 애매한 것 같아요. 고속도로에서 차 사고가 나면 수신호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네, 문제는 이렇게 차가 멈추면 수신호 하는 분들이 너무나 많고, 수신호를 하다가 돌아가시는 분들도 매년 수십명씩 계시다는겁니다.


흔히 사고가 나면 수신호를 해야 한다고 알고 계신 분들 많으시죠. 아마 보험사에서 나눠주는 안전운전 책자 같은데 수신호 하라고 적혀있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것 같은데요. 일단 우리 법규에는 수신호 하라는 규정은 없습니다. 


그래요?


네 수신호는 너무 위험한 일이기 때문에 해서는 안됩니다. 차를 들이받아서 차 사고로 그칠일을, 굳이 차앞에 나서서 인사사고를 만들게 되는거잖아요. 사람이 차보다 튼튼한것도 아니고, 밤에 잘보이는것도 아닌데 절대 그러면 안되죠. ^^


수신호를 하라는 규정은 없지만, 대신 우리 법규에 고속도로에서 사고나면 200미터 뒤에 삼각대를 놓으라는 규정은 있는데요. 고속도로에서 사고 나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삼각대 놓으러 가는게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면 못하는 일입니다. 


200미터나 가서 놔야 하나요? 무섭겠는데요.


네 게다가 휴대용 삼각대 놔봐야 그 조그마한건 잘 보이지도 않아서 차들이 치고 지나가기 쉽고, 바람에 넘어지는 경우도 많아서 오히려 사고를 막는 효과보다는 뒷차에 방해만 되기도 합니다. 


법규를 어기라고 말씀드리는건 좀 그렇지만 

일단 차 사고가 나면 신고부터 하고, 차 안에 머물러 계시거나, 안전하게 대피하실 수 있다고 생각되면 대피하셔야 합니다. 2차 추돌을 막는것도 중요하지만 각자 자신의 목숨을 지키는게 가장 중요하니까요.


네... 법규는 삼각대를 놓는겁니다. 오해 없으시기 바라겠구요. 삼각대를 놓는데 뭔가 합리적인 방안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까지 탑라이더의 김한용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