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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흥미꺼리/취재 뒷담화

조사 결과 뒤집어 버리는 '마케팅인사이트'-한국차 과대평가, 일본차 과소평가 했다고?

마케팅인사이트는 오늘 ‘국산차 품질은 과대평가, 일본차는 과소평가’라는 이름의 리포트를 발표했는데요.

한두번도 아니고 매번 이런 식으로 리포트를 내놓으니 안타깝습니다.

조사기관이라면 조사결과를 객관적으로 발표해야 하는데, 이 업체는 자꾸만 조사결과를 주관적으로 해석해 내용을 정 반대로 뒤집어버리곤 합니다.

이 업체가 조사한 결과만 놓고 보면요.

 

일본차의 경우 내구품질 문제점이 100대당 214건으로 가장 우수한 편이었고,

유럽차는 385건, 국산차는 435건으로 국산차가 가장 나빴다는 내용입니다.

 

유럽차라면 품질이 극과 극인 독일계와 프랑스계가 나뉠 텐데 하나로 묶은 것도 웃기지만, 여튼 좀 더 살펴보면 문제가 심각합니다.

 

제목에서 ‘한국차 과대평가, 일본차 과소평가’라는 문구가 왜 나왔을까.

마케팅인사이트는 리포트 말미에서 이번 조사결과와 이전 조사결과를 엮었습니다.

“한국 소비자들은 ‘일본차는 디자인이나 성능면에서는 한국차에 비해 떨어진다’고 엄청난 착각을 하고 있으며 ‘일본차는 한국차에 비해 잔고장이 적다’고만 평가했다”는게 업체의 주장입니다.

다시말해 ‘이번 조사결과 일본차가 품질 좋은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렇게 품질 좋은 일본차를 한국인들은 과소평가 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앞선 조사결과에서도 소비자들은 일본차 잔고장이 적다고 평가했고, 디자인이나 성능이 떨어진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번 조사결과는 잔고장에 대한 것이지, 디자인이나 성능에 대한 것이 아닌데, 왜 그 조사결과를 갖다 붙인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마케팅인사이트의 리포트는 자꾸 이렇게 억지 춘향식으로 마구 갖다 붙이는데다, 심지어 자신의 조사결과를 반대로 해석하는 자충수를 두기도 하는데, 이런 리포트 때문에 이 업체가 내놓은 어떤 조사자료도 신뢰하기 힘듭니다.

섣불리 여론을 뒤흔들거나 기사화 시키기 위해 무리수를 두지 마시고 부디 조사 결과만 객관적으로 적어주면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마케팅인사이트의 조사는 무작위 email을 보내 응답하는 소비자들의 데이터를 모아 발표하는 방식인데요. 실제 차를 가지고 있는지 여부가 확인이 안되니 오너들을 대상으로 하는 포커스 그룹 조사로 착각해서는 안됩니다.  응답한 인물이 실제 수입 자동차 오너일수도 있지만, 혹은 할일없는 초등학생일수도 있다는거죠. 

최근 업체가 내놓은 리포트 목록. 어찌나 자의적인지 손발이 오그라들 지경.


아래는 업체의 리포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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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차 품질은 과대평가, 일본차는 과소평가

– 제품품질은 일본, 유럽, 한국 순

– 일본차의 내구품질 압도적으로 우세

국산차와 수입차는 서비스품질에서는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제품품질에서는 수입차가 국산차를 크게 앞섰다. 수입차 중에서는 일본차가 유럽차를 앞섰고, 제품의 내구성과 애프터서비스 부문이 특히 탁월했다. 품질에서 국산차는 과대평가, 일본차는 과소평가되고 있었다.

자동차 소비자가 직접 경험한 품질(CEQ; Consumer Experienced Quality)에는 제품품질과 서비스품질이 있다. 자동차전문 리서치회사인 마케팅인사이트(www.mktinsight.co.kr)의 자동차 기획조사는 제품품질은 초기품질·내구품질·상품성 만족도로, 서비스품질은 영업만족도와 애프터서비스 만족도로 나누어 평가한다. [표1]은 이 품질 평가의 2012년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여기서는 제품품질 중에서도 초기품질과 내구품질을 수입차 중심으로 다루었다. 초기품질은 차를 산 지 얼마 안 된(평균 3개월 사용) 소비자가, 내구품질은 차를 사고 평균 3년이 경과한 소비자가 차를 사용하면서 얼마나 많은 수의 고장/문제점을 경험했는가를 평가한 것이다. 따라서 초기품질과 내구품질 모두 수치가 낮을수록 품질이 우수한 것을 의미한다.

수입차의 초기품질 문제점 수는 차량 100대당 139건으로 국산차 161건보다 22건 적었다(국산차의 86% 수준). 수입차 유형별로는 고급브랜드(121건)와 5천만 원 이상의 고가차(116건)가 양산브랜드(161건), 중저가차(158건)보다 각각 40건 이상 적었다. 원산지별로는 일본차(134건)가 유럽차(138건)보다 적었으나 미세한 차이에 불과했다.

내구품질 문제점의 수(차량 100대당)는 수입차(341건)가 국산차(435건)의 78% 수준으로 둘 간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었다. 이는 국산차의 내구성이 수입차와 차이가 있다는 일반 소비자의 인식(자동차 리포트 13-9호, ‘국산차-수입차 비교하다 수입차 택한 이유는?’)이 그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수입차의 내구품질 문제점 수는 일본차와 유럽차 간에도 차이가 컸다. 일본차의 문제점 수(214건)는 유럽차(385건)의 절반 수준(56%)에 불과했다. 반면 국산차는 435건으로 일본차의 2배가 넘었다. 일본차의 내구품질 경쟁력이 탁월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초기품질과 내구품질 모두 수입차가 국산차보다 경쟁우위에 있었고, 그 격차는 내구품질에서 더 컸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일본차의 탁월한 내구품질 경쟁력이다. 일본차의 내구품질 문제점 수는 유럽차의 56% 수준, 국산차의 49% 수준에 불과했다. 최근 미국에서 발표된 내구품질 조사결과(해외기사 분석자료 13-1호, ‘美 자동차 내구품질, 일본차의 승리’)에서 일본차는 발군의 성적을 보인 반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하위권에 머물렀다.

한국 소비자들의 한국자동차 산업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한국은 이미 일본을 추월해 이제는 독일만이 우리를 앞서고 있으며, 미국은 한참 뒤에 처져 있다고 보고 있다(자동차 리포트 13-6호, ‘자동차 최강국은 독일, 그 다음은?’). 일본은 자동차 제조국가 이미지 중 ‘잔고장이 없는 차를 만드는 나라’에서만 한국에 앞섰고, 그나마도 이 항목의 1위는 일본이 아닌 독일이었다. 엄청난 착각이 아닐 수 없다. 이미지와 실제 간에 차이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이미지 측면에서 한국은 지나치게 과대평가, 일본은 지나치게 과소평가되고 있다. 실제의 품질과 주관적인 평가 간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그것이 갖는 위험도 커진다. 그리고 현재의 차이는 그 언제라도 시장 전체를 뒤흔들 만큼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