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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각종 국제모터쇼

2014 베이징모터쇼 현장(1)…만만히 봐선 안되는 시장

모터그래프는 오늘도 출장. 이번에는 중국 베이징모터쇼에 나와있습니다. 당연히 도로는 지옥같이 막히고, 신호등은 무의미하게 차들이 엇갈리는데다 모터쇼에는 '프레스데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구경하느라 바글거립니다. 

이번에는 베이징 모터쇼에 나온 신차 소개에 앞서 중국 시장에 대해서 먼저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얘기가 길어질까 좀 우려가 되는데, 한번 읽어주시면 신차들 소개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그동안 세계 5대 모터쇼라면 디트로이트-제네바-도쿄-프랑크푸르트-파리 모터쇼를 얘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요즘은 세계 5대 모터쇼라는 말 자체를 쓰지 않을 뿐더러, 디트로이트나 제네바를 5대 모터쇼라고 하기는 좀 민망하기도 합니다. 규모도 예전처럼 대단치 않은데다 세계적인 신차가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모터쇼가 중요한 모터쇼일까요. 겉모습이 멋있거나 전시 면적이 큰 모터쇼라고 중요한 모터쇼라 할 수는 없을겁니다. 당연히 신차가 많이 나오는 모터쇼, 세계 언론들이 주목하는 모터쇼,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는 모터쇼가 중요할겁니다.

중국 시장이 미국보다 커지고 세계 최대 시장이 된지도 벌써 수년째입니다. 중국은 1년에 2천만대를 판매하는 시장으로,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모든 자동차가 한해에 팔리는 정도 규모의 시장이 됐습니다. 따라서 격년으로 번갈아 열리는 중국 북경모터쇼와 상하이모터쇼가 중대한 모터쇼가 되고 있고, 이전까지는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광저우 모터쇼까지도 관심을 모읍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이 커지는 만큼 중국 모터쇼는 그 어떤 모터쇼 못지 않게 세계 최초 공개 차들이 많은 모터쇼가 되고 있습니다. 


- 중국 시장이 어떻기에

중국 시장은 정말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로 급변하고 있습니다. 몇년전만해도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 토종 브랜드가 중국 시장을 적어도 양적으로는 압도하고 있었지만 중국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자동차도 그저 싼 브랜드가 아니라 훌륭한 브랜드여야 한다는 쪽으로 방향이 전환되고 있습니다.

요즘 중국에서 이런 차는 안팔립니다.

외산 자동차 회사 들어오면, '실질적 흡수'

여기서 주목할 점은 중국 자동차 시장은 여러 해외 브랜드에 잠식 당하거나 침탈 당하는게 아니라는 겁니다. 해외 브랜드들은 중국시장에 들어가기 위해 중국 제조사와 50:50의 자본 합작을 통해 들어가야만 합니다. 결국 각종 노하우와 설계를 상대 중국 회사에 넘겨줘야만 사업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반면 이익을 본사로 끌어갈 수 있는 방법 또한 제한적입니다.


당연히 중국인 근로자를 써야 할 뿐 아니라, 임금 협상의 과정 없이 일종의 '노조'라 할 수 있는 '공회'(공산당 산하조직)가 정해준 임금대로 임금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래서 요즘 중국 근로자의 임금과 물가는 결코 저렴하지 않습니다. 높아진 임금은 다시 근로자들의 주머니 사정을 좋게 해주기 때문에 결국 시장 자체도 커지는 선순환을 하기도 합니다.


또 모두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기본적으로 중국인들은 회사가 사주의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것이라고 봅니다. 공장과 생산설비를 중국에 두는 점도 중국인들은 긍정적으로 보는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현대차 중국 법인 북경현대가 요즘 잘 나가고 있다고 보지만, 중국인들은 장차 수십년 후 중국시장이 더 커지고 회사의 핵심역량이 중국에 집중되고 기술을 전수 받다보면 현대차 자체가 중국회사나 다름없이 된다고 보는겁니다. 


실제로 중국 BYD 같은 자동차와 배터리업체는 1년에 600%가 넘는 기록적인 순이익을 거둠으로써 엄청난 자본을 축적했습니다. 중국의 자동차 기업들은 이렇게 축적된 막강한 자본력으로 이미 영국 MG 로버, 사브에 이어 볼보를 인수했고, 최근엔 푸조시트로엥까지 인수 했습니다. 


주도권을 내줘야 하는 50:50의 자본합작은 코앞도 알 수 없고 다양한 위험성을 지니고 있지만 중국은 자동차 회사들 입장에선 살짝 발담그는 정도가 아니라 발벗고 뛰어들수 밖에 없는 매력적인 시장이니 참으로 아이러니입니다.


먹고 살만한 중국…소형차∙상용차 지고, SUV∙MPV 뜬다

중국은 이전과 같은 가난한 시장이 아니라 부자들이 주도하는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해외 경험이 많은 젊은 부자들이 자동차를 구입하다보니 해외에서 잘나가는 브랜드가 중국에서도 잘나갑니다. 해외에서 이름 없던 자동차 회사가 중국에서만 잘되는 경우는 이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코로스(Qoros) 같은 중국 회사는 굳이 팔지도 않을 유럽 제네바모터쇼에 자신들의 차를 내놓아 호평을 끌어내기도 합니다.


자동차 선택에 있어서도 기존까지 인기 있던 소형차들과 상용차의 비중은 점차 줄고 SUV와 MPV가 매년 눈에 띄게 늘어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현대차의 경우도 투싼 같은 소형 SUV 차종은 생산이 달려서 6개월 이상 대기해야 차를 받을 수 있다고도 합니다. 



중국 시장은 막연히 세계의 흐름과 동떨어져 있을거라고 생각하기 쉽지요. 그저 큰 차, 번쩍이는 차를 좋아하고 과시욕에 사로잡혀 있다고 보는 경우가 있을겁니다.


하지만 앞서서 말씀 드렸다시피 중국 시장은 결코 동떨어진 시장이 아니고, 중국의 부자들은 세계적으로 발판을 마련하고 있어 국제적인 센스도 발전해 있습니다. 


SUV의 판매량을 좀 더 깊숙히 보면 초소형이라 할 수 있는 B세그먼트 SUV가 상승세에 있고, E세그먼트 SUV는 큰폭으로 줄어들고 있는 면을 볼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흐름과 일맥 상통한다고 볼 수 있지요. 

 MPV도 마찬가지로 대형 MPV 시장은 줄고, C세그먼트 MPV가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운사이징의 열풍이 중국에도 불고 있습니다. 실속을 중시하고 잘 달리는 차를 선호하는 유럽이나 선진시장의 흐름을 그대로 따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중국에서 어떤차가 잘팔리나


중국에서 베스트셀링카를 보면 우리하고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선택하는 자동차가 꽤 다르다는거겠죠. 세계 자동차 회사들이 중국 전용 자동차들을 많이 만들어내고 있고, 그 때문에 무슨 차인지 더 알기 어려운 면도 있을겁니다.



중국에서 잘팔리는 SUV를 보면 좀 낫습니다. 폭스바겐-상하이차 티구안, 그레이트월 호버 H6, 혼다-동팽 CR-V, 현대북경 ix35(투싼) 순입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2월에 상위SUV들 판매량이 급감해서 현대 ix35는 BYD S6와 비슷한 수준이 됐습니다. 


현대차가 이렇게 치열한 시장에서 순위권에 올라섰다는 것도 놀랍긴 합니다. 물론 격차가 크긴 합니다만, 지난해 판매량을 보면 폭스바겐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고 하니 어마어마한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중국 자동차 시장에 대해 설명하는데만도 굉장히 길어졌네요.


이어지는 글에서는 실제로 이번 북경 모터쇼에 등장한 신차들을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