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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1억원 이상

생애 처음 타본 스포츠카…포르쉐911

불과 10년전만해도 그랬다.

일본차나 국산차는 디자인이 자꾸 변해 가볍게 느껴지지만 독일차는 기능적이고 간결하며 수십년간 꾸준한 디자인을 고수한다는 믿음이 있었고 그 듬직한 점이 그들을 완전히 다른 존재로 차별화 시켰다. 

그러나 최근 벤츠와 BMW를 보면 신 모델의 디자인이 5년을 채 못견뎌 일본차의 조급한 라이프사이클을 추월하려든다. 디자인도 유행을 서둘러 따르거나 혹은 소비자가 원치 않는 유행을 조급하게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 '너희가 디자인을 뭘 아느냐. 이게 멋이다.' 라는 식. 말 그대로 제멋대로다.

강산이 4번은 변했을 무려 40년동안 포르쉐 911의 디자인처럼 변하지 않은 것이 또 있을까. 어쩌면 너무나 완벽한 목표에 도달했기 때문에 손을 댈 여지가 남지 않아서 디자이너의 고충이 이만저만 아닐게다. 포르쉐 911의 공기 저항계수는 이미 0.28에 도달해 더 뺄 곳도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특히 몇번이나 바꿔보려 했던 헤드램프는 포르쉐의 열성 팬들의 아우성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수 차례 했다.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소비자가 꿈꾸는 것을 바로 그대로 만들어준다는 것이 포르쉐의 자세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주겠다는 포르쉐의 의지는 눈물겨울 지경이다. 새로운 포르쉐를 구매하려면 수많은 옵션을 선택하고 차가 만들어질 때까지 수개월 동안 기다려야 하는데, 색상은 기본적으로 특수페인트를 포함하여 17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혹은 또 다른 몇가지 색을 혼합하여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색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

또, 일반적으로 인테리어 색상은 메이커가 선택하지만, 포르쉐의 내장은 9종의 색상과 3종의 투톤 색상 중에 소비자가 선택한다. 가죽, 카페트, 루프라이닝의 색상을 일일히 지정하자면 머리가 다 아프다.

분명한 것은 당신이 차로써 표현하고자 하는 개성이 있다면, 포르쉐는 그런 차를 기꺼이 만들어 줄 것이라는 점이다.  

유지보수
포르쉐는 엔진은 직렬도, V형도 아닌 수평 대향형이다. 말 그대로 서 있는 구조가 아니라 수평으로 누워있는 구조. 때문에 뒷좌석 의자 아래에 납작 엎드려져 있다.

이러한 구조는 분사된 연료가 고루퍼진다는 점에서나, 중심을 낮게 할 수 있는 등 여러 장점을 두루 지니고 있다. 반면 일반인은 엔진을 구경하기도 어렵고, 실린더가 누워있으니 엔진오일이 한곳에 모이지 않기 때문에, 엔진오일을 한번 갈려 해도 여러곳에 흩어진 드레인플러그를 죄다 풀어야 하는 정비의 어려움이 있어 공임만 20만원은 족히 든다. 

그러나 일반 차종은 엔진오일을 5천킬로마다 교환하는 것으로 되어있지만 포르쉐의 경우는 엔진오일을 3만킬로에 한번씩 교체하고 에어클리너는 무려 6만킬로에 한번씩 교체하도록 되어있다. 

포르쉐야 40년동안 1/3 밖에 폐차 되지 않는 독특한 차종이지만, 일반 승용차의 주행거리 10만~20만킬로미터 정도로 치자면 포르쉐는 폐차하는 동안 한번 내지 두번만 교체하면 되겠다. 엔진오일은 4번~6번 밖에 교체하지 않겠다. 벨트의 경우 하나의 벨트로 에어컨, 발전기, 파워스티어링 등에 두루 사용하도록 되어있으며 그나마 무려 9만킬로까지 교체하지 않는다.

포르쉐측의 말을 빌자면 '가장 좋은 재활용은 결코 재활용을 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달리기

계기판상으로 200km/h를 넘었는데도 가속이 끝나지 않는다. 하체야 워낙 튼튼해서 흔들림 없고 RPM은 3000선이고 엔진소리는 원래부터 우렁차니 딱히 속도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포르쉐는 이미 70년대에 911터보로 260마력을 넘어섰고 95년에는 400마력이 넘는 차량을 양산한다. 그런 포르쉐가 만든 엔진이라 일단 신뢰가 간다.

포르쉐의 엔진은 낮게 깔려있고 구동축에 가깝게 있어 가속 느낌이 일품이다. 노즈업이나 다이브를 느끼기 어렵다. 후륜의 악셀링은 잠시의 지체도 없이 차체를 밀어붙인다. 휠스핀을 기대하고 악셀을 밟는다 해도 후륜에 295/30 R18의 넉넉한 그립력으로 휠스핀은 들리지 않고 그저 뒤통수가 헤드레스트에 세게 부딪히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그저 악셀에 얹은 발가락의 작은 움직임에도 차 전체가 반응한다. 울컥울컥 움직이는 악셀링을 어쩌면 옆자리에 앉은 사람은 싫어할지 모른다. 그러나 차와 내가 하나가 되어 움직여지는 느낌은 세상의 그 어떤것과도 바꿀 수 없는 황홀한 기분이다.

시승차량은 카레라S 카브리오레 팁트로닉S 모델로 정지에서 100km/h까지 5.8초만에 도달한다. 팁트로닉 S는 ZF제 5단 자동으로 포르쉐의 명성에 걸맞지 않는 느낌이다. 변속에 걸리는 시간이 0.5초 정도로 다소 더디게 느껴지고 2단과 3단 사이의 간격이 다소 넓어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린다.

팁트로닉S의 수동 변속 기능은 기어 실렉터를 통해 변속할 수 없고 유일하게 스티어링 휠에만 자리잡은 변속 버튼으로만 변속할 수 있는데, 휠이 90도 이상 회전했을때는 다소 누르기 어렵고 180도 이상 회전했을때는 어느쪽이 기어를 내리는 쪽인지 혼동되기 까지 한다. 휠의 회전에 영향을 받지 않는 패들시프트 타입이거나 기어 실렉터를 이용한 방식을 제공하면 좋을 것이다.

포르쉐는 DSG를 최초로 개발했는데, 언젠가 포르쉐 엔진에 DSG의 조합이 이루어지는 날을 기대해본다. 

돌기

핸들을 왼편으로 꺽고 악셀을 힘껏 밟았다. 포르쉐는 핸들의 방향과 상관없이 그저 직진을 했다. 엔진이 뒤에 있는 차에 익숙하지 않거나 혹은 후륜구동 괴물차에 익숙하지 않다면 PSM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PSM은 나같은 엉터리 운전자도 포르쉐를 잘 몰 수 있도록 도와준다. 포르쉐의 PSM은 ABS에 기반한 자세제어장치로 이런 경우 각 바퀴의 미끄러짐을 감지하여 브레이크를 작동시키고 결국 미끄러지지 않게끔 컨트롤 한다. 사실 일반적인 자동차에 있는 것과 이론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PSM을 끄는 경우에도 극한으로 달리지 않으면 차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PSM이 없이 100km/h로 코너를 돌아보겠다거나하면 컨트롤이 만만치 않을것이다.

 포르쉐가 RR이라 뒤가 돌기 쉽다는 얘기는 20년도 더 지난 얘기다. 물론 RR이 MR보다야 뒤가 돌기 쉽지만 911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너를 가장 빨리 돌 수 있는 스포츠카 중 하나다. 물론 간혹 뒤가 먼저 돌긴 한다. 그러나 그것은 100km/h 이상의 속도로 극한의 코너를 들어섰을때의 얘기지 일반적으로 쉽사리 드리프트를 기대해선 안된다. 차를 미끄러뜨리는 것을 즐기는 운전자라면 911에서는 참아야겠다. 이 녀석은 바퀴를 도로에 강력 접착제로 붙인듯, 어지간해서는 꿈쩍도 않는다.

서기

브레이크를 밟으면 모든 차는 앞부분이 가라앉는다. 이를 노즈 다이브라 하며 이 때문에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앞차의 범퍼에 받히지 않고 앞차의 아랫쪽으로 파고 든다. 추돌사고 결과만 보고 "역시 OO차가 튼튼해" 하고 속단하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로는 언제나 뒷차의 피해가 크다.

노즈다이브의 피해는 트럭이나 버스를 추돌하는 경우에 더욱 심각하다. 승용차(특히 스포츠카)가 범퍼가 높은 차들을 추돌하는 경우 범퍼는 커녕 엔진룸 전체가 범퍼 아래 빈공간으로 들어가고 충격이 전혀 완화되지 않은 상대차의 뒷범퍼는 곧장 캐빈 앞유리를 뚫고 들어와 쉽사리 사망 사고로 이어진다. 

또한 노즈다이브는 조향바퀴의 거치 질량을 극단적으로 증가시켜 조향 능력을 잃게 한다.

수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엔진이 앞에 있는 차의 구조상 엔진 질량의 증가에 따라 노즈 다이브가 커지는 것은 해결하기 힘든 과제다. 상대적으로 엔진이 뒤에 있는 차는 이런 부분에서 크게 유리하다. 앞부분이 가벼운 차는 노즈다이브의 폭이 극단적으로 작다.

포르쉐는 시승 행사를 하면서 이 부분을 강조하기 위한 테스트를 집어넣었다. 80km/h로 달리다가 풀 브레이킹을 밟으며 크랭크 코스를 통과하도록 한 것인데, 일반 차량은 비록 ABS가 있더라도 고속에서 풀 브레이킹을 하면 차가 정상적으로 코너링이 되지 않지만, 포르쉐는 달리는 중이든 풀 브레이킹 중이든 정상적으로 코너링을 할 수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80km/h에서 풀 브레이킹을 하며 크랭크를 통과 하는 테스트
 
  • ☜▩^^▩☞ 2009.09.23 23:25

    그래서 꼭 몰아보고 싶은 차죠
    미드 캘리포니케이션에서 부부(이혼했지만)가
    딸아이를 뒷(?)자석에 태우고 가는 장면이 너무 부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