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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1억원 이상

BMW 수소차 하이드로젠7을 타보니

BMW 의 수소차 하이드로젠7을 타봤습니다.

흔히 알고있는 일반적인 수소차는 현대·기아자동차나 메르세데스벤츠 등에서 주도하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입니다.

수소에 백금촉매를 넣어서 전기를 뽑아 전기 모터를 돌리는 방식으로, 다시말하면 배터리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전기차인 셈입니다.

그러나 BMW의 수소차는 수소를 그대로 휘발유엔진에 집어넣고 연소시키는 방식입니다. 때문에 운전하는 느낌이나 출력이 휘발유 차와 유사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전기 모터를 이용하는 차들은 수소 충전소가 없는 곳에서는 차를 전혀 운행할 수 없게 되지만, 하이드로젠7의 경우 휘발유 엔진을 그대로 유지했으므로 수소가 없는 곳에선 언제든 휘발유로 주행할 수도 있어 현실적입니다.

실제로 하이드로젠7은 현재 100대가 만들어져 전세계 오피니언리더들에게 리스 형태로 제공됐습니다. 국내는 5대가 들어와 시승을 14일 마쳤습니다.

▲ 수소 자동차를 타보니

국내에는 수소 주입소가 5곳 있습니다. 연세대학교를 비롯해 서울 중심부에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존 현대차나 메르세데스벤츠 등은 압축수소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 차의 경우는 액화 수소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BMW측은 이 차만을 위해 별도의 액화수소 주입소를 설치했습니다.

액화수소를 이용하면 같은 용적에 더 많은 수소를 집어넣을 수 있지만, 수소의 끓는 점이 매우 낮아 영하 250도로 냉각시켜야만 액화상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은 액화수소를 사용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액화 수소를 영하 250도로 유지하는 연료통은 유럽의 부품업체 마그나(Magna)에서 공급합니다. 이 연료통 안에 눈사람을 넣으면 13년이 있어야 모두 녹는다고 합니다.

이 액화수소 주입소는 유럽의 린데(Linde)라는 액화수소 연료 공급업체의 연료와 부품을 이용해 설치됐습니다. 린데는 전세계에 액화수소와 압축수소를 공급하는 공급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실내에 앉아 엔진 시동을 걸어봤습니다. 끼리리리리~ 하는 소리가 1~2초 난 후에야 제대로 시동이 걸렸습니다. 엔진 실린더에 수소가 조금이라도 남아있으면 미스파이어(부적절 연소)가 일어나기 때문에 실린더를 비워주는 과정이라고 BMW 본사의 엔지니어가 말했습니다.

이 엄청난 기술이 집약된 세계최초의 '수소연소차'는 일반 760Li에 비해 뒷좌석이 약간 좁게 느껴졌을 뿐, 큰 차이가 없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핸들에 H2라는 작은 버튼이 있다는 점이 달랐습니다.

이 버튼을 누르면 연료를 수소, 혹은 휘발유로 전환됐습니다. 전환은 눈깜짝할 사이에 일어나고, 출력이나 주행 느낌에서 거의 차이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수소의 경우 소음이 약간 더 크다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알고보니 이는 수소의 수준이 휘발유 760i의 수준을 따라온 것은 아니고, 휘발유의 출력을 수소의 출력 수준으로 낮춰놓은 것이었습니다. 휘발유-수소의 전환시 급격한 출력 변화가 있으면 차를 운전하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것이 BMW 측의 주장이었습니다.

▲ 수소를 주유해보니

수소차를 몰고 BMW 이천 센터까지 달렸습니다. 7시리즈의 다이나믹한 주행감각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어서 신나게 달릴 수 있었습니다. 너무 빨리 달린다며 옆자리에 탄 BMW측 직원이 핀잔을 주기도 했습니다.

BMW 이천 센터는 주로 부품센터로 사용되는 곳인데, 수소 주입소를 넣을 수 있는 허가를 내주지 않아 BMW코리아의 땅인 이곳에 설치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주입소를 보니, 땅속에 탱크를 묻어야 하는 일반적인 주유소 방식은 아니고, 탱크를 노출해놓고 파이프를 통해 주입을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전원을 연결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이 주유소는 수소를 이용해 스스로 발전을 할 수 있었습니다.

언제 어디서건 이동식 수소 주입소를 세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BMW가 내놓은 주입구는 두가지 형태가 있는데, 구형은 레버를 서너개 당기고 밀고 해야 하는 방식이었던 것에 비해 신형 주입구는 커다란 원통을 그대로 구멍에 꽂으면 덜컥, 하고 들어맞았습니다.

휘발유 주유보다 훨씬 쉬웠고, 기름냄새도 나지 않았습니다. 수소라고 해서 폭발하면 어쩌나 했는데, 수소 주입구 옆에서 라이터를 켜도 불조차 붙지 않았습니다. 휘발유는 유증기라 해서 휘발된 기름이 바닥에 높은 밀도로 깔려 불에 붙기 쉬운 성질이 되지만, 수소의 경우는 일반적인 상황에서 공기중으로 삽시간에 퍼지기 때문에 불에 붙지 않는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이 차에는 수소 8kg이 들어가지만, 그 용적은 8L가 아니라 80L(?정확한 수치는 내일)에 가깝습니다. 때문에 주유할 때 걸리는 시간이 5~6분 걸립니다. 일반적인 휘발유보다 무척 오래 걸리고, 금새 써버립니다. 8kg의 수소는 200km 남짓 주행하면 모두 소모됩니다.

게다가 주입소에서 주입하는 수소 1kg의 가격은 유럽에서 8유로입니다. 연비까지 감안하면 휘발유에 비해 10~20배 가량 비싼셈입니다.

▲ 이 차가 언제 필요하게 될까

이렇게 비싼 연료를 쓸 일이 있을까.

의외로 BMW측은 금새 이 연료를 쓰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수소가 점차 저렴해질 것이고, 반면 석탄 연료는 크게 비싸지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BMW측의 주장에 따르면 "석탄연료는 40~70년간 매장량만 남았다는 관측도 있고, 혹은 그보다 훨씬 많은 양이 묻혔다는 주장도 있지만, 수천년 동안 사용할 양이 있는 것은 분명 아니다"라고 합니다.

결국 석탄연료의 채굴비용은 현재 이 순간에도 점차 늘고 있고, 그 순도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예를들어 석유의 경우는 시추봉을 넣어 뽑아올릴 수 있는 범위는 모두 채굴했기 때문에 구멍에 물을 채워서 떠오른 석유를 채취하는 방식 등 꼼수를 부리고 있습니다.

BMW측은 10년안에 석탄연료와 수소의 가격이 같아진다고 합니다. 휘발유가 크게 오르고 수소가 조금 내린다는 것이겠지요.

▲ 한국은 어떻게

한국은 2004년 수소연료전지차인 투싼과 스포티지를 개발해 언론에 공개했습니다. 총 10대의 차가 만들어졌고 5개 기관에 이들 차량이 공급됐습니다. 수소전지버스도 시험운행에 성공했지만, 실제 운행하기에는 아직 연구해야 할 사항이 많이 남아있는 수준입니다.

현재 한국에 수소 주입소는 5개가 있으며 이들 주입소에는 무료로 수소를 공급해주고 있습니다. 수소 차량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에서 지원금을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에서는 다양한 지원을 해주기 위해 큰 비용을 지불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BMW의 수소차량이 도착한 순간 이 모든 것의 방향이 잘못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게 됐습니다.

그 주유소들 중에 액체 수소를 넣을 수 있는 주유소는 한군데도 없었던 것입니다. 또 주유구의 방식 또한 달랐습니다.

수소차를 아무리 만들어도 그 주유구가 호환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일 것입니다. 또 만일 주유구가 통일되지 않으면 그것 또한 대 재앙이 될 것입니다.

한국의 갈 길이 멉니다. 실용화 할 수 있는 대체연료 차량을 시장에 내놔 표준을 선점해야 합니다.

또 아직 세계표준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이 외국 부품회사와 공유해 공동의 방식을 개발해 나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