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란 공평하다고 했는데, 저놈은 어떻게 공부는 전교 1등에 최고로 잘생기고 매너도 좋고 돈도 많은데다 운동까지 잘하느냐 말이지.
지대 짜증나는 그 전교1등 킹카 녀석을 차로 만들면 바로 이차다.
시속 260km까지만 표시된 계기반은 겸양의 표현이었던가. 어느새 바늘은 시속 260km가 부족한지 끝부분에 달라붙는다. 경사 도로를 감안한다면 이 차에는 최소 시속 300km 눈금이 있었어야 한다.
이 놈은 괴물 럭셔리 세단 BMW 750Li 다.
2001년 처음 신형 BMW 7 시리즈를 봤을때 얼마나 충격이었던가. 뒤통수가 나온건지 선반을 대충 얹어놓은 것인지 알수없는 기괴한 형상으로 돌도 많이 맞았다. 심지어 크리스뱅글을 테러하겠다는 사람도 많았다고.
이번 7시리즈는 그런면에서 얌전하다. 개성은 있을지언정, 충격적이지는 않다. 개성도 큼직한 실루엣이 아니라 작은 디테일에 있다.
헤드램프 속에 글씨를 박아넣은 저 디자인이 어색하지만 아마도 장차 다른 메이커에도 영향을 미칠듯 하다.
BMW XENON이라고 써있다. 흠… 제논이라고 써있지 않으면 제논인줄 모를까봐? 마치 전화기에다 전.화.기.라고 써놓은 것 같은 쌩뚱맞음이 있다.
그러나 저 눈썹은 커다란 헤드램프의 디자인을 날렵하게 보이게 했다. 멀리서 보면 3시리즈의 얇상한 헤드램프를 연상케 한다. 정말이다. 믿기 어렵겠지만 직접 달리는걸 보면 안다.
옆 라인은 더 노골적으로 3시리즈에서 차용해왔다. 기존 7시리즈는 맨숭맨숭하니 덩치가 크게 보이는 것에 주력했는데, 이번에는 날렵해 보이도록 디자인 됐다. 실제 덩치가 기존에 비해 훨씬 커졌을 뿐 아니라 M-B S클래스나 Lexus LS460에 비해서도 훨씬 크기 때문에 이번에는 있는자의 여유를 보인듯하다.
너무 길어서 주차장 네모칸에 삐져나온다.
테일램프 디자인은 훨씬 작은차에 달려있어야 할 것 같은 날렵한 것이다. 기존 7시리즈의 위엄은 당연히 없지만 더 날렵해 보이는 점은 장점이다.
렉서스 LS460에서 차용해온듯한 램프속 반사판의 끝 올라감이 눈길을 끈다. 사실 예전에 이차에 위장막을 두른 차를 본 적이 있다. 그러나 테일램프를 보고 당연히 렉서스라고 생각해버렸다. 그 정도로 렉서스를 연상하게 한다. BMW의 자존심은 어디로 갔나.
차 밖에서 봤을때 온화해 보이는 조명과 은은한 실내 디자인으로 고급스러움을 넘어서 범접하기 어려운 럭셔리를 보여준다. 이런 럭셔리를 갖춘차는 보기 드물다.
여기까지만 해도 짜증난다. 너무 뛰어나다. 다른 업체와 경쟁이 안되는 수준이다.
그런데 뭐 이거 엔진은 더 황당하다.
V8 4.4리터 엔진에 터보를 덧붙였다. 대체 왜?
하여간 이 4.4리터 엔진은 무려 407마력을 내고 토크는 61.2kg·m라는 V8 최고의 성능을 낸다. 상위 엔진인 6.0리터 V12 엔진과 토크는 같고 마력은 미세하게 낮은 정도다. 괴물도 이런 괴물이 없다.
앞쪽 서스펜션은 맥퍼슨 스트럿을 없애고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더블위시본으로 변경됐다.
때문에 BMW는 엔진은 크기를 더 줄이기 위해 터보차져장치를 V8의 V자 가운데의 공간에 집어넣는 기행을 저질렀다. 일반적인 메이커는 가운데 벌어진 그 공간에 집착하는 경우가 없다.
변속기는 6단 자동인데, 핸들 변속 버튼이 없어진 대신 기어노브를 위아래로 움직이며 변속할 수 있는 매뉴얼 기능을 제공한다. 기존 7시리즈는 핸들 옆 컬럼 시프트 레버로 조정해야 했다.
골목에서 나올때 카메라로 좌우를 볼 수 있게한다거나, 캄캄한 밤에 사람이 나타나면 화면에 보여주는 정도의 기능은 당연하다.
낮에도 켜지고 사람을 자동인식해 노란색으로 칠해 보여주는 것도 재미난 기능이다.
외국에서는 속도 표지판을 자동 인식해 속도가 그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하는 기능도 제공한다고 한다. 호오오.
시속 70km이상 주행중 깜박이 없이 차선을 넘으면 핸들에 진동이 일어나 경고를 한다. 넘을때와 들어올때를 확실히 구분했고, 브레이크를 밟는 상황등을 인식해 경고하지 않도록 했다. 똑똑하다. 레인 디퍼쳐 시스템이라고 하는 이 기능이 이젠 완성단계에 가까워진 것 같다.
폭스바겐은 깜박이 켜지 않고 슬슬 넘으면 핸들을 스스로 꺽는 기능까지 있다는데, 실제 보기 전엔 못믿겠다. 누가 내 핸들을 꺽어버린다면 더 불안할것 같다.
뒷좌석은 앞뒤로 젖히고 오르내리고 안마까지 해준다. 안마는 별로 시원하지도 않고 있으나 마나다.
헤드레스트도 오르내리고 옆부분을 올려 머리받이를 만들수 있다. 비행기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보던 기능이다.
의자는 뒤로 상당한 수준까지 기울어지는데, 흠… LS460L이 더 많이 기울어지지 않던가?
사실 경쟁모델(이라고 해야하나?) LS460L 4인승은 안마 기능도 꽤 시원하다. 안마와 지압을 나눠놓고 지압까지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역시 전기 안마의자는 일본이 최고다. 지압이 뭔지 서양 사람들은 알지도 못하는 것 같다. 물론 LS460L의 전기 안마 의자는 오른쪽 자리에만 있고 고장도 잘나는 편이다.
에구, 블로그니까 내 글 가는데로 썼는데, 쓰다보니 너무 길어서 읽어주는 독자도 없겠다.
마지막으로 총평을 하자면.
아우디 A8이나 재규어 XJ등 기타 차들은 애당초 경쟁상대도 아니었고.
경쟁모델 LS460L과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는 확실히 잡았다. 크기, 주행성능, 디자인, 첨단기능 등 모든 면에서 한발짝 앞섰다. 상대방 스펙을 펼쳐놓고 10cm씩 길게, 넓게, 가볍게.. 하는 식으로 조금씩 뛰어나게 만들었음이 분명하다.
이 시대 현존하는 럭셔리 세그먼트 차 중 가장 뛰어난 차다. 그도 그럴것이 새로나왔으니까.
그 수준 차 치고는 가격도 착한편이어서 1억8000만원.
렉서스는 약간 더 싸다지만, 이 가격대를 사는 사람이 1~2천만원 때문에 굳이 일본차를 살까 싶다. 그것도 미국 같은 무한 경쟁 시장에선 렉서스가 훨씬 싸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메르세데스-벤츠 S500은 2억600만원. 뭐냐. S클래스는 이제 어떻게 파나 싶다.
S500은 5.5리터 엔진이 달려있어서 배기량은 더 크지만, 연비나 출력 모두 더 떨어지는 반면 정숙성은 더 뛰어날 것으로 생각된다.
S클래스는 이제 클래식한 디자인과 내부 감각으로 밀어붙여야 할 것 같은데, 얼마나 먹힐지 나는 잘 모르겠다. 다시 BMW의 시대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