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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1억원 이상

살아있는 스포츠카, 스피라

"2.7리터로 460마력이라니 그게 말이 됩니까"

27일 발보린 파크에서 개최된 스피라 기자 시승회에서 한 참가자가 따져물었다.

그도 그럴것이 독일 최고 스포츠카라는 '포르쉐 터보'가 3.8리터 엔진에 바이-터보를 장착하고도 480마력이 나오는데, 2.7리터에 싱글-터보를 달아 460마력이 나오는게 믿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이터보: 터빈을 2개 달아 저 RPM에서의 터보 반응을 좋게 함)

어울림모터스 레이싱팀의 박정용 팀장은 "이런 차는 일단 타봐야 아는것 아니겠습니까?"라고 했다.

과연 그랬다. 시승에 앞서 기자를 조수석에 앉히고 실시한 시범 드라이빙. 전문 드라이버가 엑셀을 밟자 굉장한 사운드가 났다. 가속력 때문에 머리가 뒤로 젖혀지며 몸이 버킷시트(몸을 감싸는 듯한 디자인의 시트)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화보] 국산 수제 스포츠카 스피라 시승

조수석 앉은채 두어바퀴를 돌고나서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

엑셀을 밟는 순간 사운드와 출력에 깜짝 놀랐다. 포르쉐 터보,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등의 수퍼카도 몇번 탔지만, 이같은 느낌의 차는 처음이었다.

이 차는 다른 슈퍼카들처럼 뒷좌석이 있어야 할 자리에 엔진이 있었다. 고개를 돌리면 유리 격벽을 통해 엔진이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엔진과 격벽의 방음이 적어 엔진이 마치 실내에 있는 듯했다.

엑셀을 세게 밟으니 뒤통수에서 들리는 소리와 바퀴가 노면을 미끄러지는 소리가 더해져 공포감마저 느껴졌다. 엑셀을 반도 밟지 않았는데 타이어는 이미 헛바퀴를 돌았다. 내 순발력으로 이 차의 파워를 도무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430마력이라는 것이 실감되는 순간이었다.

엑셀에서 발을 뗄때 나는 소리는 더 심했다. '블로워밸브'라는 부품이 "삐이익!" 하고 신경질적인 소리를 냈다. 마치 '스피라'가 왜 엑셀에서 발을 떼느냐고 화내며 더 세게 달리라고 재촉하는 듯 했다. 그러나 엑셀을 더 밟아보기는 커녕 어마어마한 가속감 때문에 머리털이 쭈뼛서고 심장이 쿵쾅댔다.

엑셀을 줄여 밟는데도 너무 강력한 파워 때문에 뒷바퀴가 굉음을 내며 이리저리 밀려나 오버스티어(차가 원하는 것보다 많이 돌아감)가 났다. 직선도로에서 아주 잠깐 엑셀을 끝까지 밟아볼 뿐, 코너에선 엑셀을 찔끔찔끔 밟아볼 뿐이었다.

RPM이 너무 빨리 올라 기어를 변속하는 타이밍을 자꾸 놓쳤다. 이런 고성능 차에 6000RPM은 너무나 짧게 느껴졌다. 6단 변속기를 갖췄지만, 이정도 트랙에서는 2단-3단으로 달리면 충분했다.

차에서 내리면서 저절로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이 차 괴물이네 괴물!"



차의 겉모습은 사진으로 보던것과는 딴판이었다. 사진으로 볼 때는 여느 차들과 큰 차이 없는 것으로 보였지만, 실제 차를 보니 멀리서봐도 슈퍼카라는 점을 느낄 수 있을만큼 카리스마가 넘쳤다. 차체의 비율(proportion)이 흡사 페라리를 연상케 했다.

엔진은 뒷편에 있지만, 차량 앞부분도 트렁크로 만들지는 않았다. 앞부분에는 라디에이터와 전자장비, 스페이스 프레임이 그대로 드러나있었다. 뼈속까지 순수한 스포츠카인 셈이다.

시판용 차량은 표면이 카본으로 만들어져 시승 차에 비해 100kg 정도나 가볍다고 하니 상상이 잘 되지 않았다. 양산차 무게는 불과 1000kg 남짓이 된다고 어울림모터스측은 밝혔다.

이날 시승한 차는 아직 프로토 타입이어서 트랙을 돌때마다 정비를 다시해야 했다. 정비사들의 튜닝과 정비를 거칠 때 마다 차의 성능이 확연히 달라지는 듯 했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획일적인 차가 아니었다. 주문생산을 통해 일일히 수제작하기 때문에 차마다 개성이 넘쳤다. 마치 살아있는 맹수를 다루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태리제 수퍼카처럼 자주 정비를 하고 애정을 쏟아줘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1억원이 훌쩍 넘는 가격 때문에라도 뼈속까지 모터스포츠에 빠져있는 매니아만이 구입할 수 있을만한 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보] 국산 수제 스포츠카 스피라 시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