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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신기술

RR(뒤엔진뒤굴림)차는 왜 존재하나요?…전통이 미래까지 이어질거라서요

많은 분들이 포르쉐를 보면서 그렇게 질문하더라구요.

 "왜 RR인가요? FR로 하면 더 큰 엔진을 달 수 있을텐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차량 투시도를 보면 이유를 알 수 있어요.

포르쉐는 911을 만들면서 가장 이상적인 엔진 형태인 박서 엔진을 고집하고 있는데요.

이 박서엔진은 최초의 911부터 만들어져 911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박서엔진 때문에 911을 사랑하지요.



박서엔진은 엔진이 수평으로 움직입니다. 때문에 양쪽에서 동시에 폭발이 일어나 서로의 충격을 상쇄하구요. 저회전에서 고회전 전 영역에서 진동이 0에 가깝게 만들어집니다.

엔진이 수직이 아니라 수평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엔진의 중심을 낮출 수도 있어 스포츠카로도 제격이예요.

이 수평대향 엔진은 의외로 최신기술이 아니라. 굉장히 오래된 기술입니다.

최초의 차를 만든 칼 벤츠가 100년전에 직접 특허를 냈던 엔진이니까요. 아마 고틀립 다임러와 페르디난드 포르쉐박사가 오스트로다임러라는 오스트리아 자동차 메이커에서 함께 일하는 사이였다는 것은 아실겁니다. 포르쉐가 최고의 스포츠카를 만들면서 수평대향엔진을 채택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겁니다.

그러면 그 좋은 박서엔진을 왜 포르쉐와 스바루만 채택하고 있는가.

박서 엔진은 구조상 그 너비가 매우 넓어지기 때문입니다. 저 피스톤 2개를 세워서 나란히 장착하면 저 공간의 절반만 있으면 되겠지요. 그걸 펼쳐놨으니 얼마나 넓은 공간이 필요하겠어요.

저 투시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앞바퀴가 위치한 전면부에는 바퀴가 꺾여야 하기 때문에 공간의 좌우 폭이 제한됩니다. 뒷바퀴가 위치한 부분은 상대적으로 서스펜션 구조도 단순하고 공간에 여유가 있어요.

때문에 포르쉐의 수평대향 엔진은 뒤에만 장착되고 절대 앞쪽으로 가져가지 못하는겁니다.

수평대향을 그렇게 찬양하는 포르쉐도 앞엔진 차(FR)들인 파나메라, 카이엔 등에는 수평대향을 채택하지 못하고 모두 V형 엔진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 엔진들은 폭스바겐과 공동으로(어쩌면 폭스바겐 혼자서?) 제작했지요.

포르쉐 911이 RR이라고는 하지만, 엔진이 정말 뒤에 있는건 아니고 뒷축위에 얹혀 있어서 엔진의 무게에 의해 차가 불안정해지거나 하는 수준은 아닙니다. 굳이 얘기하자면 MR에 가까운 RR인거죠.

포르쉐의 박서 엔진 기술도 대단해요. 그 작은 공간에 구겨 넣은 엔진이 이미 3.8리터까지 커졌고 911 GT2의 경우 터보를 달아 무려 640마력에 달하거든요.

무엇보다 RR을 고집하는 이유는 구매자들이 그것을 원하기 때문이죠. 스포츠카 마니아들은 RR의 특성이 어떻던 그걸 즐기고 극복해왔거든요. RR이 아니면 스포츠카가 아니라는겁니다.

전기차, 경제적인 차량에도 RR이 인기

RR이라고해서 퍼포먼스카만 있는건 아니예요. 오히려 작은 차들에도 RR을 도입하고 있지요.


독일 뮌헨 BMW 박물관에 있던 이세타. 직접 보니 어찌나 귀엽던지요.

1955년에 나온 차라고 하는데, 이 작은 차체에 4명이 앉을 수 있는건 거의 기적이라 할 수 있죠.

그 기적을 가능케 한게 바로 RR덕입니다. 별도의 엔진룸 공간 없이 뒷좌석 의자 아래에 작은 엔진을 밀어넣었기 때문이죠. 이 경우 RR은 차체 크기는 최소화 하면서도 공간은 최대화 할 수 있는 기술이 된겁니다.

당시 오일쇼크로 인한 다운사이징이 인기를 끌면서 이전에 700cc였던 이세타의 엔진은 600cc로 줄어들었습니다. 반면 출력과 연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됐습니다.

요즘의 차들이 다운사이징을 얘기하고 있는데요. 당시 기술로부터 배울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사진은 스마트 전기차입니다. 요즘 나오는 전기차는 RR을 선호합니다. 왜냐면 모터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엔진보다 작고 바퀴에 직결하는게 잇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경차는 단 한대도 RR이 없지만, 유럽과 일본에서는 RR 차량이 꽤 있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뒷좌석 아래 버려지는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 되거든요.

벤츠(MCC) 스마트가 RR, 미쓰비시 i , 닛산의 경차도 RR, 피아트 500(구형)도 RR입니다. 


역사는 돌아온다. 준비하자

역사는 돌고 돈다고 합니다. 자동차의 역사를 보면 그 말이 정말 와닿습니다. 지금 최신 차종이 내놓는 기능들의 상당수는 사실 최초로 차를 만들 18세기에 만들어진 개념들의 되풀이 입니다. 특히 독일인들의 정리벽과 역사적 기록이 오늘날 자동차의 최신기술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있는겁니다.

우리도 지금 다양한 기술을 내놓고 세계 최고의 분야들도 날로 늘고 있는데, 이렇게 만들어지는 어떤 기술도 소홀이 내팽개쳐선 안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