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로체 이노베이션을 시승했습니다.
많이 발전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아직 갈 길이 멀어보였습니다.
그 내용을 아래와 같이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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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시승에 앞서 외형을 살펴 봤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라고는 하지만, 기존 로체의 외형을 찾아보기 어려운 새 디자인이어서 신선한 느낌이었다. 기아차의 설명에 따르면 피터 슈라이어(Peter Schreyer) 부사장이 기아차에 합류한 이후 만들어낸 성과로 기아차만의 독특한 패밀리룩을 만든 첫번째 사례라는 것이다.
차의 외형 못지 않게 실내 디자인이나 옵션에서도 기존 대비 큰 개선이 있었다. 실내 앞부분에 위치한 우드 그레인 패널의 색상이나 광택 등의 세부적인 느낌이 국산 중형차로서는 상당히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핸들에 자리잡은 '다이나믹 시프트'라는 변속 버튼 또한 국산차에서는 볼 수 없던 호사로운 장비다. 엔진 시동도 키를 주머니에 넣은채 시동 버튼만 누르면 되는 버튼식 시동장치를 채택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시동이 걸렸지만 엔진 공회전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저속 주행 할때의 느낌 또한 지나치리만큼 조용했다. 현대·기아차는 이제 공회전 정숙성에 있어서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일단 급가속을 하니 상황이 달라졌다. 2.0리터 모델이 내놓은 엔진의 힘은 163마력. 차를 끌고 가는데 충분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금새 엔진 사운드와 진동이 커져버렸다. 힘이 좀 딸리는 느낌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 차에 장착된 엔진은 쏘나타 트랜스폼에 장착돼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던 2.0리터 쎄타II 엔진이기 때문. "4기통 엔진에 필수 부품인 밸런스 샤프트 모듈(BSM)을 없애 소음과 진동이 심해졌다"고 소비자들이 불만을 제기했던 바로 그 엔진이다.
배기량 2.0 모델에 장착되는 4단 구형 변속기(H-Matic) 또한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소비자들은 지적한다. 실제 주행해보니 스티어링 휠 옆에 '다이나믹 쉬프트'라는 버튼식 변속장치를 갖췄지만, 변속기가 4단에 불과해 실제 주행에선 무용지물이었다.
기어의 단계가 큰데다 엔진보호회로가 지나치게 높게 설정돼 엔진회전수(RPM)이 상당히 낮춰진 후에야 비로소 기어를 한단계 낮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스포티한 주행을 하는 것은 제쳐두더라도 엔진브레이크를 통해 감속을 하는 용도로 활용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또 변속 과정이 늦고 엔진의 힘을 온전히 바퀴쪽으로 전달하지 못하는 느낌이 드는 점도 국산 중형차에서 개선됐으면 하는 부분이었다.
실내외 디자인은 향상됐지만, 기능적인 개선은 이뤄지지 않아 겉모습에만 치중했다는 느낌이 드는 부분도 있다.
특히 운전석의 전동 시트가 그렇다. 대부분 국산차들이 허리부분을 볼록하게 만들거나 푹꺼지게 만드는 '요추지지대'를 갖추고 있지만, 로체 이노베이션에서는 어떤 이유에선지 이 부분이 생략됐다. 함께 시승한 기자는 "시트 형상이 적절치 못해 잠시만 운전해도 허리가 아프다"고 했다.
기아차측은 이 차가 쏘나타에 비해 크다(10mm)고 주장하지만, 실내의 크기를 가늠짓는 앞뒤 바퀴 축간 거리(축거)는 오히려 쏘나타에 비해 10mm 짧다. 기아차측이 경쟁차종이라고 내세운 도요타 캠리와 혼다 어코드에 비해서도 전장은 더 길거나 비슷하지만, 축간 거리는 5.5cm~8cm나 짧았다.
177cm 가량의 성인이 뒷좌석에 앉으니 천정과 머리 사이 공간이 1cm도 나지 않는 점도 중형차로서는 의외인 부분이었다. "실내는 좁은데 괜히 껍데기만 늘린차"라는 한국 중형차의 고질적 문제가 그대로 남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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