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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2000~5000만원

320d를 타보니

▲ 왼편은 신형 오른편은 구형. 외관에서 차이점을 알기 어렵다.

BMW는 최근 베스트셀러 3시리즈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놨다.

이번 페이스리프트과 발맞춰 BMW코리아는 320d라는 디젤 모델을 국내에 선보였다. 사실 유럽에서는 320i보다 320d가 더 많이 판매된다. 연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성능이 더 뛰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320i의 엔진은 156마력(국내사양)이지만, 320d의 디젤 엔진은 무려 177마력으로 월등히 강력하다. 연비 또한 15.8km/l로 폭스바겐 골프를 제치고 한때 국내 최고 연비를 자랑하기도 했다. (현재는 폭스바겐 제타가 17.3km/l로 국내최고)

무엇이 달라졌고 얼마나 뛰어난 성능을 갖추고 있는지 직접 타보기로 했다.

실내에 앉아보니 어제 앉았던 차인듯 익숙하다. 일본이나 한국을 비롯한 몇몇 브랜드들은 신차를 내놓을 때마다 기계장비나 실내외를 모두 새롭게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 보니 신차가 나오면 각종 배치나 디자인 등에서 항상 문제점이 발견된다.

BMW나 메르세데스-벤츠의 신모델들은 실내가 기존의 틀에서 크게 변화되지 않기 때문에 단조롭다는 느낌도 있지만, 이들 브랜드는 수십년간 각 부품과 배치를 조금씩 발전 시켜 문제점을 보완하고 거의 완벽한 수준이 돼 있다.

기존에 비해 월등히 커진 백밀러는 날렵해 보이진 않았지만, 매우 기능적이었다. 백밀러에는 열선이 내장돼 습기가 서리거나 비가 묻지 않았고 테두리의 반사각을 다르게 해서 사각지대가 거의 없도록 한 점도 인상적이다. 달리는 동안 가운데 부분이 자동으로 어두워져서 눈부심을 줄여주는 기능도 인상적이었다.

 

스포츠 세단의 생명의 달리기 성능을 테스트 해보기로 했다.

디젤이니만큼 엔진 소리와 진동이 테스트의 관건. 차 밖에서 들으니 4기통 디젤엔진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는데, 실내에 앉은 채로는 휘발유 엔진과 구별할 수 없었다.

엑셀을 밟아보니 끼익하고 짧은 휠스핀을 내며 출발한다. 가속감이 놀랄만한 수준이다. 휘발유차에 비해 마력도 11마력이나 더 높지만, 토크가 1700RPM에서부터 34.5kg·m이 나오니 강해도 너무 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강력한 성능의 차로 알려진 인피니티 G37세단도 5200RPM에서 36.8kg·m 수준이니 아무 생각없이 엑셀을 밟아선 안될 차다.

핸들을 돌리면서 엑셀을 밟으니 차 뒷부분이 휙 돌아가는 것이 느껴졌다. 약 1~2도가량 미끄러지자 ‘차체 자세 제어장치(DSC)’가 작동하면서 차를 바로 잡았다. 너무 강력한 토크 때문에 컨트롤에 신경을 써야 한다.

버튼을 눌러 DSC의 작동을 끄니 약간의 미끄러짐과 카운터 스티어로 그것을 극복하는 느낌이 매우 재미있다. 말 그대로 주행을 즐길 수 있는 스포츠세단이다. 토크가 오른만큼 뒷편 타이어를 좀 더 넓은 것을 끼우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속하는 동안에도 엔진소리는 지나치게 조용했다. 디젤 엔진소리가 휘발유에 비해 훨씬 조용하다니 믿기 어렵다. 시속 100km에서 1800RPM 정도를 유지하니 엔진은 공회전때와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노면 소음과 바람을 가르는 소리만 들린다.

디젤 엔진치고는 비교적 높은 5000 RPM 까지 엔진 회전을 올릴 수 있어서 휘발유 엔진처럼 박진감 넘치는 주행이 가능했다. 그러나 다른 BMW 스포츠세단처럼 으르렁거리지 않는 점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