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3시리즈보다 잘달리는데요.” “그립력이 대단한 수준이예요.”
산길을 이렇게 달려도 되는걸까.
조수석에 앉아 떨고 있는 동안 레이서 출신 운전자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산길을 한참 오르내리더니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BMW 브랜드로 국내에 내놓는 첫번째 준중형차 ‘BMW 120d 쿠페’의 퍼포먼스킷 버전을 지난달 20일 시승했다.
한국서 이 차를 어떤 급으로 분류해야 할지 난감하다. 2.0리터급이니 한국기준으론 중형차지만 차체 길이(4360mm)는 아반떼(4505mm)보다 훨씬 짧아 오히려 소형차에 가깝다. 유럽에서는 이 차를 아반떼와 같은 C세그먼트에 두고 있으니 일단 준중형으로 분류하기로 했다.
◆ 스포츠카 스타일 소형차
차를 직접 보니 작지만 역동적인 느낌이 인상적이다. 오버행(바퀴에서 범퍼 끝까지의 거리)이 극단적으로 짧아 미니(MINI)를 연상케한다. 18인치 휠에 편평비 40인 타이어가 전륜에, 편평비 35인 타이어가 후륜에 끼워져 있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휠 사이로 커다란 브레이크 캘리퍼와 홈이 파인 디스크가 들여다 보인다. 까만 카본으로 덮인 백밀러와 에어댐, 스포일러도 눈길을 끈다. 마치 고성능 스포츠카를 압축해놓은 듯 하다.
사실 BMW의 소형차였던 3시리즈의 경우 신모델이 발표될때마다 차체 크기가 커져 더 이상 소형이라 부를 수 없는 크기가 됐다. 실제 실내 크기를 가늠하는 휠베이스(앞뒤 바퀴 축간 거리)가 2760mm로 현대 쏘나타(2700mm)에 비해 길어 이제 중형차로 분류된다. 때문에 BMW는 소형차의 빈자리를 메울 1시리즈를 내놓은 것이다.
실내에 들어서니 역시 3시리즈에 비해 다소 좁다. 공간이 좁아 대시보드에 있던 컵홀더가 생략됐다. 별도의 컵홀더를 끼울 수 있도록 돼 있다. 원가 절감을 위해 오토에어컨이나 CD체인저, 내비게이션 등 편의장비가 삭제된 점은 아쉽다.
◆ 달리는 느낌은 3시리즈를 능가
버튼을 눌러 엔진 시동을 걸어본다. 진동은 여간해선 느끼기 어렵고 소리를 주의깊게 들어야 디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320i 휘발유 모델에 비해 더 조용하게 느껴진다.
120d의 엔진은 170마력의 디젤 엔진을 장착했다. 가속감이 뛰어날 뿐 아니라 5500RPM까지 쉽게 치솟아 디젤이라기 보다 고성능 휘발유차라는 느낌이다.
엑셀을 건드리는 것에 따라 즉각적으로 등을 밀어붙이는 디젤 특유의 가속감이 대단하다. 3시리즈보다 무게가 50kg가량 가볍지만 가속감 차이가 크지 않다. 넓은 뒷타이어 덕분에 휠스핀이나 타이어의 미끄러짐은 경험하기 어렵다.
퍼포먼스킷과
함께 제공되는 핸들이 인상적이다. 스웨이드로 감싼 두툼한 핸들 주변에 액정과 LED가 화려하다. 액정에는 전후좌우의 G(가속력)를 볼 수 있는
기능이나 400m까지 달리는데 걸리는 시간 등 다양한 정보를 보여주는 기능이 내장됐다. 이를 통해 트랙에서 차를 얼마나 강하게 밀어붙였는지를 알
수 있다. 친구가 세운 최고신기록을 깨뜨리기 위해 한참 운전을 하다보니 내가 운전을 하고 있는 것인지 전자오락을 하는 것인지 모를 묘한 느낌이
든다.
◆ 후륜구동 소형차라는 독특한 장르
크기만 다소 작을 뿐 조종 감각은 영락없는 BMW였다. 그도 그럴것이 120d는 소형차(C세그먼트)로서는 유일하게 FR(앞엔진 뒷바퀴굴림)차량이기 때문이다.
후륜구동으로 전후륜 무게배분이 50대 50에 맞춰졌다. 또 전륜이 구동의 역할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핸들 조작이 민첩하고 정교하다. 코너에서의 재빠른 추종능력은 3시리즈보다 뛰어난 느낌이다.
후륜구동이라 좋은 것은 그 뿐 만이 아니다.
후륜구동은
엔진을 세로로 배치하기 때문에 휠하우스(타이어가 들어가는 공간)가 넉넉해 넓은 타이어를 장착할 수 있다.
또 동급에서 가장 길다란 휠베이스로 인해 고속에서 직진 안정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계기반이 220km를 가리키는데도 차분한 주행감은 준중형차에서 기대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이 차가 랠리 경주차처럼 쉴새없이 아드레날린을 분출하게 만드는 차는 아니다. 일상적인 출퇴근에 사용하는데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편안한 승차감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원할때 달릴 수 있는 느낌이다.
차체는 작지만 넓은 휠베이스(바퀴 축간거리)로 인해 실내 공간은 어른 4명이 타는데 부족하지 않다. 다른 쿠페들에 비해 뒷좌석도 훨씬 넉넉하다.
가죽시트에는 열선, 전동 메모리 기능을 제공한다. 실내 인테리어 또한 상당한 고급이라 프리미엄 컴팩트라 말할만 하다.
BMW에 의하면 2004년 첫 출시 이후 매년 8000~9000대 가량의 1시리즈가 판매되고 있다. 후륜구동의 소형차로 스포츠카를 지향하는 자동차는 현재까지 없기 때문에 BMW가 실상 이 장르를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에서는 터보를 장착한 306마력 135i 모델도 있으니 이 장르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 궁금해진다.
[BMW 120d 퍼포먼스킷 에디션 사양]
차체크기 : 4360x1748x1423mm
휠 베이스 : 2660mm
차량 중량 : 1450kg
엔진형식 : 1995cc 직렬 4기통 디젤 터보
최고출력 : 177마력@4000rpm
최대토크 : 35.7kg·m/1750~3000rpm
구동방식 : FR(앞엔진 뒷바퀴 굴림)
0-100km/h : 7.6초
최고속도 : 226km/h
앞타이어 : 215/40R18
뒷타이어 : 245/35R18
연비 : 15.9km/ℓ
▶ [화보] BMW 120d 시승해보니
〈경향닷컴 김한용기자 whynot@khan.co.kr〉
산길을 이렇게 달려도 되는걸까.
조수석에 앉아 떨고 있는 동안 레이서 출신 운전자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산길을 한참 오르내리더니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BMW 브랜드로 국내에 내놓는 첫번째 준중형차 ‘BMW 120d 쿠페’의 퍼포먼스킷 버전을 지난달 20일 시승했다.
한국서 이 차를 어떤 급으로 분류해야 할지 난감하다. 2.0리터급이니 한국기준으론 중형차지만 차체 길이(4360mm)는 아반떼(4505mm)보다 훨씬 짧아 오히려 소형차에 가깝다. 유럽에서는 이 차를 아반떼와 같은 C세그먼트에 두고 있으니 일단 준중형으로 분류하기로 했다.
◆ 스포츠카 스타일 소형차
차를 직접 보니 작지만 역동적인 느낌이 인상적이다. 오버행(바퀴에서 범퍼 끝까지의 거리)이 극단적으로 짧아 미니(MINI)를 연상케한다. 18인치 휠에 편평비 40인 타이어가 전륜에, 편평비 35인 타이어가 후륜에 끼워져 있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휠 사이로 커다란 브레이크 캘리퍼와 홈이 파인 디스크가 들여다 보인다. 까만 카본으로 덮인 백밀러와 에어댐, 스포일러도 눈길을 끈다. 마치 고성능 스포츠카를 압축해놓은 듯 하다.
사실 BMW의 소형차였던 3시리즈의 경우 신모델이 발표될때마다 차체 크기가 커져 더 이상 소형이라 부를 수 없는 크기가 됐다. 실제 실내 크기를 가늠하는 휠베이스(앞뒤 바퀴 축간 거리)가 2760mm로 현대 쏘나타(2700mm)에 비해 길어 이제 중형차로 분류된다. 때문에 BMW는 소형차의 빈자리를 메울 1시리즈를 내놓은 것이다.
실내에 들어서니 역시 3시리즈에 비해 다소 좁다. 공간이 좁아 대시보드에 있던 컵홀더가 생략됐다. 별도의 컵홀더를 끼울 수 있도록 돼 있다. 원가 절감을 위해 오토에어컨이나 CD체인저, 내비게이션 등 편의장비가 삭제된 점은 아쉽다.
◆ 달리는 느낌은 3시리즈를 능가
버튼을 눌러 엔진 시동을 걸어본다. 진동은 여간해선 느끼기 어렵고 소리를 주의깊게 들어야 디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320i 휘발유 모델에 비해 더 조용하게 느껴진다.
120d의 엔진은 170마력의 디젤 엔진을 장착했다. 가속감이 뛰어날 뿐 아니라 5500RPM까지 쉽게 치솟아 디젤이라기 보다 고성능 휘발유차라는 느낌이다.
엑셀을 건드리는 것에 따라 즉각적으로 등을 밀어붙이는 디젤 특유의 가속감이 대단하다. 3시리즈보다 무게가 50kg가량 가볍지만 가속감 차이가 크지 않다. 넓은 뒷타이어 덕분에 휠스핀이나 타이어의 미끄러짐은 경험하기 어렵다.
◆ 후륜구동 소형차라는 독특한 장르
크기만 다소 작을 뿐 조종 감각은 영락없는 BMW였다. 그도 그럴것이 120d는 소형차(C세그먼트)로서는 유일하게 FR(앞엔진 뒷바퀴굴림)차량이기 때문이다.
후륜구동으로 전후륜 무게배분이 50대 50에 맞춰졌다. 또 전륜이 구동의 역할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핸들 조작이 민첩하고 정교하다. 코너에서의 재빠른 추종능력은 3시리즈보다 뛰어난 느낌이다.
후륜구동이라 좋은 것은 그 뿐 만이 아니다.
또 동급에서 가장 길다란 휠베이스로 인해 고속에서 직진 안정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계기반이 220km를 가리키는데도 차분한 주행감은 준중형차에서 기대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이 차가 랠리 경주차처럼 쉴새없이 아드레날린을 분출하게 만드는 차는 아니다. 일상적인 출퇴근에 사용하는데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편안한 승차감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원할때 달릴 수 있는 느낌이다.
차체는 작지만 넓은 휠베이스(바퀴 축간거리)로 인해 실내 공간은 어른 4명이 타는데 부족하지 않다. 다른 쿠페들에 비해 뒷좌석도 훨씬 넉넉하다.
가죽시트에는 열선, 전동 메모리 기능을 제공한다. 실내 인테리어 또한 상당한 고급이라 프리미엄 컴팩트라 말할만 하다.
BMW에 의하면 2004년 첫 출시 이후 매년 8000~9000대 가량의 1시리즈가 판매되고 있다. 후륜구동의 소형차로 스포츠카를 지향하는 자동차는 현재까지 없기 때문에 BMW가 실상 이 장르를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에서는 터보를 장착한 306마력 135i 모델도 있으니 이 장르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 궁금해진다.
[BMW 120d 퍼포먼스킷 에디션 사양]
차체크기 : 4360x1748x1423mm
휠 베이스 : 2660mm
차량 중량 : 1450kg
엔진형식 : 1995cc 직렬 4기통 디젤 터보
최고출력 : 177마력@4000rpm
최대토크 : 35.7kg·m/1750~3000rpm
구동방식 : FR(앞엔진 뒷바퀴 굴림)
0-100km/h : 7.6초
최고속도 : 226km/h
앞타이어 : 215/40R18
뒷타이어 : 245/35R18
연비 : 15.9km/ℓ
▶ [화보] BMW 120d 시승해보니
〈경향닷컴 김한용기자 whynot@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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