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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흥미꺼리

그란 토리노(Gran Torino) 그게 뭔데?

영화 그란 토리노(Gran Torino)가 개봉 직전이라고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최근 보기 드문 수작입니다. 별을 준다면 4개정도 줘야겠어요.

크린트이스트우드표 영화라는 것을 홍보에 이용하던데, 실상 국내서는 크린트이스트우드에 대한 향수가 크지 않은데다, 그동안 '크' 감독의 영화들이 줄줄이 흥행에 실패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이름을 그렇게까지 거론하지는 않는게 나을 뻔 했습니다.

반면 그의 영화가 미국에선 매번 크게 성공한 것을 보면 미국인 정서에 크게 어필하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인들이 모르는 부분이 있어서 재미를 못느꼈을수도 있구요. 그런 면에서 사전지식이 좀 있는게 영화 보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1. 아시아인 비하 영화

이 영화는 전형적인 미국의 애국 영화입니다. 동양인들의 싸움에서 구세주로 등장하는 늙고 병든 백인이라는 점에서, 패권주의의 재건을 교묘히 투영했다는 비난도 들을만합니다. 가장 거슬리는 것은 동양인들을 '국스(gooks)'라고 비하하고, 열등한 민족으로 묘사한다는 것입니다. 예전 같으면 한국서 개봉하기도 힘들었을겁니다.

미국인들끼리는 흑인을 Nigro, 중국인은 Chink, 일본인은 Japs로 적절하게(?) 비하하는 용어가 있지만, 한국인은 따로 비하하는 말이 없고 gooks라고 하면 한국인을 비하하는 것으로 보면 됩니다.

왜 Gooks인지 여러 의견이 있습니다. 한국전쟁당시 미군들만 나타나면 한국 어린이들이 "미국(Me-Gook)"이라고 말하는 바람에 "아 너네 이름이 죄다 Gook이구나"해서 Gooks가 됐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재미있는 설이긴 하지만 미국인들이 아시아인을 gooks로 표현한 책이 그보다 수십년전부터 있었다는 것을 발견해 이 설은 사실은 아닌것으로 판명됐습니다.

여기 등장하는 hmong(몽)족은 베트남, 라오스, 타일랜드 등 동남아에 흩어진 나라없는 민족입니다. 베트남전 이후 미국으로 많은 수가 망명해 현재 27만명가량의 인구가 미국에 있습니다. 앞서 말한 민족들에 비해 영화에서 건드려도 큰 싸움이 나지 않을 상대라고 판단했을까요? 여하간 얼마 되지 않는 몽족이 아시아를 대표해 Gooks소리를 듣는 영화입니다.

물론 비온뒤 땅이 굳는다고, 갈등후 화해가 더 굳건한 관계를 만든다는 내용이 영화에 나타납니다.


2. 그란 토리노 (Gran Torino)가 뭐길래

이 영화 한글 제목은 '그랜 토리노'로 돼 있더군요.

하지만 Gran Torino는 이태리어이기 때문에 그란 토리노라고 읽어야 합니다. Gran Turismo를 그란투리스모라고 읽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토리노는 포드에서 1970년부터 1976년까지 생산한 중형차의 이름입니다. 페어레인(Fairlane)이라는 이전 모델의 이름을 바꾼 것이죠.

포드 머스탱을 개발하면서 코드명으로 이태리의 디트로이트라 할 수 있는 도시인 토린(Torin)의 이름을 따서 Torino라고 붙였던 것이 중형차 이름으로 굳어지게 된 것입니다.

토리노는 72년부터 Torino의 고성능 모델인 Torino GT를 Gran Torino 모델로 이름을 바꾸고 디자인을 변경합니다. 이태리에서 장거리를 달릴 수 있는 고성능차에 대해 Grand Turismo(GT)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에 따른 것입니다.

이 차는 3단 자동변속기, 혹은 3단 메뉴얼이나 4단 메뉴얼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4.1리터급(직렬6기통) 엔진부터 7리터급(V8) 엔진까지 6종류의 엔진을 선택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가장 큰 엔진을 달고도 1800kg 밖에 되지 않았으니 엄청나게 빨랐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영화에 나온 모델은 가장 스포티한 디자인을 갖춘데다 완성도도 높은 이 72년식 2도어 모델로 보입니다.

몽족의 갱단은 최신 튜닝한 혼다 시빅를 타고 있지만 1972년식 포드 그란토리노를 보고 홀딱 빠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최신 일본차 아무리 잘달려도 미국의 영광스런 시대의 차를 능가할 수는 없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는거죠.

솔직히 제가 지금봐도 반하겠더군요. 클래식카의 매력이란.

그럼 한국에서는 이 차를 탈 수 있을까. 불가능합니다. 한국에선 충돌테스트, 배출가스 검사 등 안전검사를 마쳐야만 등록할 수 있으니까요. 결국 클래식카는 외국에서나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서 다음번에 좀 더 써보겠습니다.

 

3. 그럼 영화는 어떤가

<애국영화> 씩이나 되면 결국 억지 감동을 유발하는 최루성 영화일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이런류(?) 영화도 판도가 바뀌었습니다. 천재적인 연출 덕분인지 세련되고 깔끔한 방식으로 메시지가 전달됩니다.

어디 하나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메마른 사람 눈가가 촉촉히 젖어 나오게하는 힘이 느껴집니다. 영화가 끝나고 한동안 멍하니 앉아있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