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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2000만원 이하

라세티 프리미어 타보니-상품성 최고, 이미지 개선이 과제

GM대우는 몇개월전 제주도에 기자들을 초청, 새로 출시한 준중형차 '라세티 프리미어'의 시승회를 개최했습니다.

당시 라세티 프리미어를 본 첫 인상은 깜짝 놀랄 수준이었습니다. '준중형'이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크기보다 월등히 커보이기 때문이었습다.

실제 차 길이도 경쟁차종 아반떼나 포르테에 비해 각 9.5cm, 7cm 가량 깁니다. 실내 공간을 나타내는 축거도 3.5cm 가량 길어 실내 공간도 넉넉하게 느껴집니다.

실내는 인조가죽으로 덮인 대시보드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현대 제네시스 같은 고급 차에서나 봤던 인테리어입니다. 적어도 소형차 대시보드 마감을 가죽으로 하는건 본 적이 없습니다.

옵션에 따라 인조가죽 대신 직물을 씌운 차도 있습니다. 직물은 실내를 환하게 만들어 느낌이 좋지만, 혹시라도 오염되면 어떻게 빨 수는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센터페이시아도 무뚝뚝하던 GM대우에서 만든것이라고 믿지 못할 정도로 아기자기합니다. 토스카의 새카맣고 평면적인 디자인에서 매끈하고 입체적인 디자인으로 바뀌었죠. GM계열인 '캐딜락'에서 보던 디자인이 군데군데 눈에 띕니다.

핸들은 가죽으로 만들어진데다 두툼하고 울퉁불퉁해 그립감이 좋습니다. 위아래로 조정하는 틸트와 전후로 조정하는 텔레스코픽 기능도 모두 제공합니다. 오디오, 핸즈프리 리모컨도 들어있습니다. 하긴 요즘은 이 정도는 돼야죠. 3스포크로 스포티한 느낌도 참 좋습니다.

시트 높이는 상당한 폭으로 조정이 됩니다. 최대한 낮게 조정하면 스포츠세단에 앉은 듯한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독일차 수준입니다. 국내 경쟁사 차들의 시트 위치가 지나치게 높아 껑충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사뭇 다릅니다.

앞좌석 시트는 2가지 색상을 이용한 투톤으로 할 수 있습니다. 등받이 좌우 부분이 올라와 급격한 코너링에도 몸을 잘 잡아줍니다. 전반적으로 승차공간은 국산 세단 승용차 중 가장 스포티한 셈입니다.



정숙한 도심 주행에 제격

시동키를 돌리는 대신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시동이 걸립니다. 시동키 버튼이 그다지 예쁘지는 않지만 위치나 기능은 적절합니다. 현대기아 스타트 버튼은 예쁘지만 위치가 너무 낮습니다. 예쁘고 위치도 좋으면 좋겠지만, 국산차들이 아직 갈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입니다.

시동이 걸렸는데도 매우 조용합니다. GM이 설계한 3세대 '에코텍(Ecotech)' 엔진은 정숙성을 위주로 진동과 소음이 적게 발생되도록 설계됐기 때문입니다.

출발해보니 저속에서는 경쾌하게 치고 나가는 느낌이 좋습니다. 특히 노면을 탄탄하게 받아주는 느낌이 유럽차와 비교할 수 있을만한 수준입니다. 17인치 휠과 서스펜션 덕분에 급격한 브레이크와 엑셀에도 차체 요동이 적습니다. 스포티한 주행을 선호하는 운전자는 좋아할테지만, 지나치게 단단해 불편하다고 느끼는 운전자도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날렵해보이는 차체 덕분에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탓일까요. 시속 100km까지 급가속을 할때는 아쉬움이 느껴집니다. 오토매틱 기준으로 차체 공차 중량이 1305kg으로 경쟁차종(아반떼 1191kg)에 비해 110kg가량 무거워 상대적으로 가속력이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경쟁차에 비해 실내외 크기가 크지만 무겁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원하는것이 어느쪽인지 확실히 해야겠습니다.

급가속에서 RPM이 많이 올라 엔진소리가 커지기 때문에 일부 기자들은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고, 일부 기자들은 오히려 스포티한 소리가 좋다고도 했습니다. (그게 접니다) 소리가 큰 차를 좋아합니다만, 이 소리를 즐길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6단 변속기는 수동 모드를 지원해 스포티하게, 혹은 편안하게 주행할 수 있습니다. 변속기 단계가 촘촘하니 차체 크기에 비해 연비도 좋고 운전하는 재미도 생겼습니다. 경쟁차종은 아직도 4단 변속기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6단이 더 가볍고, 동력 손실도 적으며, 연비도 높아 무조건 더 좋습니다. 다만 플래너터리 기어라는 부분은 프랑스인 라펠티에의 특허가 걸려있어 제작비가 비싸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여튼 라세티 프리미어는 시내 구간에서 즐기며 운전하기엔 손색이 없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공인연비는 13km/l 정도로 보통 수준입니다.

핸들을 급하게 흔들어보면 역시 수입 스포츠세단과는 다른 느낌이지만, 울퉁불퉁하거나 긴 코너를 돌때는 꽤 잘 잡아주는 느낌이 듭니다.

준중형중 가장 다양한 기능

실내에는 다양한 옵션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자동 헤드라이트 기능, 레인센서, 후방센서 등은 물론이고 다른 차에선 볼 수 없던 다양한 기능을 조정하거나 모니터링 할 수 있는 트립컴퓨터가 인상적입니다.

예컨데 이날은 비가 내려 습한 날씨였지만, 앞유리와 뒷유리의 습기를 자동으로 제거하는 기능이 작동해 전혀 김이 서리지 않았습니다.

뒷 트렁크에는 열림 버튼이 있어 짐을 넣거나 뺄때 운전석까지 다녀와야 하는 불편을 없앴습니다. 국산 준중형에 왜 이 기능이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트렁크를 열면 바닥 부분에 별도의 조명이 켜집니다. 꺼낸 짐을 노면 바닥에 내려놓기 좋도록 하는 세심한 배려입니다.

주유구는 운전석에서 여는 것이 아니라, 밖에서 눌러 여는 형식으로 돼 있습니다. 유럽계통 수입차를 보는듯 하네요. 사실 유럽에서는 셀프 주유가 일상적이어서 밖에서 열 수 있는 편이 훨씬 편리하거든요.


스피커는 좀 더 좋은 것이면 좋았겠지만, 하여간 오디오의 기능은 놀라운 수준입니다. 6개의 CD를 넣을 수 있는 CD체인저가 대시보드 안에 내장됐고, CD를 읽어 MP3를 추출하고 내장된 하드디스크에 저장하도록 돼 있습니다! CD를 빼고도 하드디스크를 통해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래픽을 보면서 이퀄라이져를 조정할 수 있게 하고 고속으로 달리면 오디오의 소리도 저절로 커져 음악을 즐기는데 지장이 없습니다. 아니 무슨 준중형 오디오에 이런일이!

시동을 끈 후에도 10분간 파워가 들어온 상태를 유지합니다. 시동을 끈 후 깜박 잊고 창문을 열어둔 것을 발견하거나 오디오 CD를 빼야 하는 경우에도 유용합니다.

오디오와 트립 컴퓨터 디스플레이가 위치한 곳은 장차 '매립형 내비게이션'을 장착하기 위해 딱 적당한 위치입니다. 그러나 내장된 기능이 너무 많아 버리기는 아깝고, 라세티 전용 내비게이션이 나올때까지 기다려야겠습니다.

가격은 가장 저렴한 모델이 1155만원, 가장 비싼 모델이 자동변속기 기준으로 1770만원으로 기아 포르테(1845만원)에 비해선 약간 저렴합니다.
그러나 GM대우라는 브랜드 때문에 판매량은 아쉬운 상황입니다. 설마 좋은 제품이 이대로 묻히지는 않겠지요.

저는 몇개월전 대우 디자인센터에서 철저한 보안속에 각종 신차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 만나봤던 월드 스몰카콘셉트가 이렇게 현실화 되었다니 느낌이 묘합니다. 당시 획기적이었다고 느꼈던 부분은 다소 완화되긴 했지만, 그래도 꽤 많은 부분이 살아있어 도로에서도 신선해 보입니다.

디자인센터에는 중형차 콘셉트와 경차 콘셉트도 있었는데, 그들이 모두 론칭되면 현재 GM대우의 이미지는 지금과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을것으로 예상합니다. 아니 그렇게 되길 기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