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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2000만원 이하

"시동정지!" '기아 씨드 ISG'를 시승해보니


올초 출시돼 유럽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기아 씨드 ISG모델을 시승했다. 씨드 ISG는 현대 i30과 플랫폼(기반차체)을 공유하는 유럽 전략차종 기아 씨드(Ceed)에 ISG(Idle Stop & Go) 기능을 더한 차다.

◆ 시동이 저절로 꺼진다? … ISG

차에 시동을 걸고 달릴때까지는 여느 수동차와 차이가 없는 듯 했다.

잠시후 빨간 신호를 받고 차를 정지시키자 진동과 소음이 전혀 없어져 적막이 흘렀다. 엔진회전수(RPM)를 나타내는 타코미터가 0에 닿아있고 Auto Stop이라는 녹색 불이 들어와 엔진시동이 자동으로 꺼졌음을 나타내고 있었다.

다시 차를 출발시킬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도 잠시. 클러치를 밟는 순간 시동이 걸렸다. 1단을 넣고 그대로 출발했다. 일반 수동 자동차를 몰 때와 아무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다.
시동이 꺼진 동안에도 파워 핸들은 제대로 동작했다. 라디오 등 전자장비도 시동이 걸려있을때와 아무 차이가 없었다. 다만 정지상태에선 에어컨에서 선선한 바람만 나오고 충분히 차가워지지는 않았다.

브레이크를 몇차례 연속으로 밟자 다시 시동이 걸렸다. 현대차 관계자는 브레이크 배압이 낮아지거나 배터리가 부족해지면 안전 문제가 생길것을 우려해 시동을 거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대·기아의 ISG시스템은 전기를 추가로 축적시키기 위해 발전기를 제어한다. 엑셀을 밟을때는 발전기가 동작하지 않고, 엑셀에서 발을 떼거나 브레이크를 밟는 동안에만 발전기를 작동시켜 추가 전력을 얻는다는 것이다.

이같은 제품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하이브리드차와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부 제조사는 '마이크로 하이브리드'라고 칭한다. 현대차 측은 이 장비가 일반 주행시 5~20%의 연비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마이크로 하이브리드 차량을 장착한 차는 그렇지 않은 차에 비해 불과 50만원 가량 비싸다. 현대차 주장대 라면 한달에 30만원을 유류비로 쓰는 운전자가 9~34개월만 운행하면 본전을 뽑을 수 있는 셈이다. 전기모터를 보조적으로 이용하는 마일드 하이브리드(Mild Hybrid)나 전기모터만으로도 동작할 수 있는 풀 하이브리드(Full Hybrid)가 1천만원가량 비싼것을 감안하면, 가장 경제성이 있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도 평가받기도 한다.

현재까지 세계에 등장한 ISG모델은 모두 수동변속기 모델이다. 자동변속기용 ISG는 미션 압력을 유지시켜주는 별도의 전기 오일펌프를 이용해야 하는 등 부품이 훨씬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듀얼클러치를 이용한 차에는 약간의 부품만 추가하면 되기 때문에 ISG를 장착하는 일이 비교적 쉽다고 현대차측은 말했다.


◆ 더 유럽적인 기아 씨드

기아 씨드의 외형은 얼핏보면 현대 i30과 혼동될 정도다. 플랫폼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길에 나서니 몇몇 사람들이 자꾸 힐끔거린다. 지나던 차가 잠시 멈춰서서 차를 구경하기도 했다. 역시 마니아들의 눈은 예리하다. 사실 기아차 디자인은 현대차 디자인에 비해 젊다. 더 과격한 헤드램프와 테일램프로 인해 편안함 보다 성능 위주로 만든 차라는 느낌이 강하다.
1.6리터 가솔린 엔진은 124마력으로 가속력이 뛰어난 수준은 아니지만, 치고 나가는데는 부족하지 않다.

i30에 비해 서스펜션이 단단하고 핸들 감각도 더 뛰어나다. 독일 메이커처럼 정교하다고 할 수 없으나, 매우 세련된 핸들링이다.

함께 시승한 자동차 전문가들은 꽁무니가 흔들리는 느낌이 훨씬 적다며 감탄했다. 그러나 변속기의 기어비가 고속 위주로 세팅됐기 때문에 한국 도로와 같은 저속 위주 도로에선 답답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승차는 연구용으로 수입된 차여서, 트림 중 가장 저렴한 모델이다. 그러나 ABS와 ESP(차체 자세 제어장치), 듀얼에어백 및 커튼 에어백등 안전장치가 모두 장착돼 있다.

차는 매우 매력적인 요소를 갖고 있지만 한국서는 출시가 어려워 보인다. 성향이 유럽스타일인 점도 그렇지만 차가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생산되는 터라 운송비와 관세 문제로 한국시장에 공급할 수 없는 것이다. 동희오토에서 생산하는 모닝에 피를 뿌릴 정도인데, 행여나 해외 생산차를 역수입한다 하면 기아 노조의 반대가 어느정도일지 상상도 못하겠다. 

EU-FTA가 타결되고 관세 문제가 해결되면 자의든 타의든 이 차의 국내 출시가 가능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