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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흥미꺼리/취재 뒷담화

소녀시대가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타라" 한 사연

지난 며칠동안 짧게나마 '할리'를 시승해봤습니다. 트랜드와 문화로 대표되는 할리를 제대로 느껴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경험이었지만, 그래도 수박 겉핥기로나마 느껴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혹시 이 노래 가사 아십니까?

“심장소리 같은 떨림의 할리에 네 몸을 맡겨봐”
 
사실 이 가사는 최근 유행하는 소녀시대의 노래 '소원을 말해봐'에 등장하는 가사입니다.
 
여기 등장하는 '할리'라는 것은 아는 분들은 다 아는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를 칭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심장소리 같은 떨림" 이라는 것은 미묘한 표현이잖아요. 왜 그런 표현을 썼나 했는데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에 앉아 시동을 거는 순간 비로소 그 말을 이해할 수 있겠더군요.
오잉? 당최 이 소리는 어디서 나오는거야?
 
시동을 걸자마자 "헉"하는 소리가 날 만큼 온몸을 흔들어주는 떨림이 시작됩니다. 그 덕에 심장이 두근거리는데 마치 할리의 떨림이 묘한 공명과 상승 작용을 일으켜서 흥분감을 북돋워줬습니다. 아무래도 "심장소리 같은 떨림의 할리에 네 몸을 맡겨봐"라는 표현은 도무지 타보지 않고서는 알기 어려울 것 같던데요.
 
아닌게 아니라 사실 이 곡의 작사가는 SM엔터테인먼트의 이사로 있는 유영진입니다. 유영진은 지난 5월~6월 사이에 수서에 위치한 K모 운전면허학원에서 2종소형면허를 취득했다고 합니다. 2종 소형면허는 아시다시피 할리데이비슨이나 BMW같은 125cc 이상의 오토바이를 몰기 위해 취득하는 면허입니다.
 
'소원을 말해봐'는 6월 27일에 앨범이 발매된 곡으로 아마 유영진씨가 한창 운전면허 취득에 열을 올리던 시기에 작곡되지 않았을까 추측해볼 수 있겠습니다.
 
작사가가 생각한 "가장 하고 싶은 소원"이 투영된 것이라 하겠는데요.
 
이 가사에 등장하는 "드림카를 타고 달려봐", "할리에 몸을 맡겨봐" 같은 것은 제 소원과도 일맥상통하는 느낌인데요.
 
유영진씨가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이렇게 좋아하시는줄은 몰랐습니다. 갑자기 급호감이 드네요.
 
 
할리는 어렵다. 그래서 타는거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이들은 놀이를 한다. 놀이가 쉬워서가 아니라 어려워서 좋아하는 것이다"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것은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이날 타는 할리 데이비슨은 수퍼 글라이드 커스텀이라는 모델이었는데요. 모델명이 무려 FXGC 라던가 그랬습니다. FX플랫폼에 다이나 수퍼 글라이드라는 모델이라는 거라던가요. 할리의 명명법은 일반인들에게는 참 '넘사벽'이네요.

여튼 어찌나 멋지고 번쩍이는지 햇빛이 반사돼서 주변차에 피해를 주지나 않을지 걱정될 지경이었습니다. 오토바이를 꺼내려는데, 주변인들은 다 쳐다보는 것 같습니다.

엔진 배기량이 무려 1584cc라니! 1.6 리터급에 육박하는 V형 엔진에 바퀴 2개가 달랑 달려있다는 겁니다. 무게는 아반떼의 반의 반정도 될까요? 그렇지만 결코 가볍지는 않습니다. 약간 비탈진곳에서 바이크에 앉아 조금씩 뒤로 밀고 가야 하는데, 요령부족인지 힘이 없어선지 도저히 뒤로 밀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했습니다.

"바이크 좀 밀어주세요"

지나가던 회사 후배가 잠시 모델로 출연


세상에. 시동만 걸었을 뿐인데, 엉덩이 아래서 힘이 부글부글 끓어 넘치는 듯 했습니다. 열도 어마어마하게 올라옵니다. 이러다 불 붙는거 아닐까 생각될 정도입니다.

게다가 운전도 결코 쉽지 않습니다.

좌우로 회전할 때도 핸들을 꺽는다는 느낌으로 운전하던 바이크와는 질적으로 달랐습니다. 어지간해서는 핸들이 꿈쩍도 않고, 몸을 기울여 타야 하더군요.

엔진은 V자형인 모양인데 덜덜덜 거리는 느낌이 매력적입니다만, RPM을 얼마 정도에 맞춰야 하는지는 알기 어려웠습니다. 저RPM에서나 고 RPM에서도 사운드가 괜찮게 들리는데, 할리 사운드가 명확히 어떤것인지를 알지 못하니 적절한 RPM에서 변속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더라구요.

기어는 무려 6단입니다. 아시겠습니다만, 바이크는 대부분 수동이어서 왼손 클러치와 왼발을 수시로 움직여줘야만  변속을 할 수 있습니다. 그걸 6번씩 해야 하니 여간 바쁜게 아닙니다.

아래저래 왜 사서 고생을 하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별로 덥지는 않습니다. 이열치열인지 몰라도 덥긴하지만 그런대로 탈만 합니다. 차안에 앉아서 더울때는 푹푹 찌는 느낌이지만, 바이크위에서 더운 경우는 마치 해수욕장에서 썬텐을 하고 있는 듯한 전혀 다른 느낌이 들어 감내할 수 있는 것 같았습니다.

짧은 시간동안 많은 거리를 달렸습니다. 공연장에도 바이크를 타고 갔고, 놀러도 갔습니다. 자동차보다 조금 더 빨리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는 사실도 좋았지만, 자연과 하나가 된다는 느낌. 서울 도로와 하나가 된다는 느낌도 생각보다 즐거웠습니다.

무엇보다 바이크를 타는 동안은 무척 긴장되었던 반면, 온갖 근심이 사라지고 행복해졌습니다. 왜 바이크를 타는지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지나가던 후배 이다일기자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