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노라 하는 운전자들도 착각하는 점은 '엔진 브레이크는 부드럽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엔진 브레이크는 부드럽지도 않을 뿐더러 4바퀴중 대부분 2바퀴에만 작동합니다. 상시 4륜구동일지라도 대부분 주 구동축에만 작동합니다.
또 하나 잘못된 상식은 '눈길에는 엔진브레이크'라는 등식입니다. 저도 처음 운전을 시작한 15년전부터 그 얘기를 들어왔으니 참 오래도 된 얘기입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15년 전에는 ABS도 없었고, VDC도 없었으니 그 당시는 초보자가 부드러운 제동을 하게 하려면 그게 정답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선택권이 생겼으니 상식을 다시 쌓아야 할겁니다. 물론 여기서 설명하는 차는 ABS와 VDC가 장착된 차입니다. 그렇지 않은 차는 눈길에 나오면 안됩니다.
해외 매체들을 한번씩 검색해보고, 위키피디아에서도 엔진브레이크에 대해 쓰여진 것을 한번 읽어봅니다.
http://en.wikipedia.org/wiki/Engine_braking
눈길에 대한 얘기는 하나도 없고.... 아니, 하나 있네요. 눈길이나 미끄러운 길에서 엔진브레이크를 잘못 이용하면 위험해질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해외선 눈길 엔진브레이크 얘기를 하지 않고, 국내에서만 이런 믿음이 있는데, 왜 눈길에서 엔진브레이크를 사용하면 안되는지를 설명해보겠습니다.
눈길 사고나는 상황
엔진 브레이크나, 일반 브레이크나 할 것 없이 누구나 제대로 제동할 수 있는 경우는 논외입니다. 얘기할 필요도 없죠.
눈길, 빙판길 사고가 나는 경우를 가정해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해봅시다.
여러분들이 브레이크를 잘못 조작해 사고를 겪는 상황은 단 두가지입니다.
1) 내리막길이거나 2) 커브길입니다.
직선도로에서 앞에 차가 멈춰서 사고가 나는 경우는 불가항력이어서, 브레이크를 아무리 잘 조작해도 사고가 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그러니 논외로 합니다.
선택 가능한 브레이킹 - (1) 내리막
여러분들은 이미 미끄러운 내리막길에서 여러번 경험하셨을겁니다. 약간의 커브일 뿐인데, 여러분들의 전륜구동차는 앞바퀴를 중심으로 뒤가 삐딱하게 기운상태로 직진하고 맙니다. 혹은 아예 뒷부분이 옆으로 90도 미끄러진 상태로 스키타듯 내려옵니다.
이때 선택했어야 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었을까요? 기어를 N모드에 놓고(바퀴가 굴러가는대로 내버려 둔 상태)에서 ABS가 장착된 브레이크를 힘껏 밟는겁니다.
여러분들 중 일부는 물어볼겁니다. "이상하네요, N모드에 놓으면 차가 질주하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주행중 N모드에 둬도 차의 주행특성은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특히 핸들이 멈춘다거나, 브레이크가 잘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은 전적으로 오해입니다. 잘 작동되고, 유럽의 자동차 메이커는 주행중 N모드로 전환을 적극 권장하기도 합니다.
또 다른 일부는 이렇게 묻기도 합니다. "엔진브레이크를 더하면 더 잘 설텐데요. ABS도 어차피 센서가 있으니 브레이크+브레이크=더 좋은 브레이크 아닌가요?"
아닙니다. ABS는 스스로 록 시킨 브레이크를 풀어줄 수 있지만, 엔진브레이크로 멈춰서는 바퀴를 풀어줄 능력은 없습니다. 센서는 바퀴가 미끄러지는 것을 감지하지만, 브레이크를 관장하는게 ABS가 아니라 엔진이기 때문에 힘을 쓸 수 없습니다.
그리고 브레이크에 엔진브레이크를 더하면 더 잘 설 것이라는 것도 오해입니다.
눈길에서 브레이킹시 브레이크의 답력(밟는 힘)이 부족한 경우는 거의 없고, 타이어와 노면의 마찰을 줄여주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입니다.
10수년전에 수동 변속기 차량 급제동시 엔진브레이크의 힘을 더한 후 클러치+브레이크를 하라는 설명도 있었는데, 역시 넌센스입니다. 시간적으로나 기계적으로나 무조건 클러치+브레이크가 정답입니다.
선택가능한 브레이킹 - (2) 커브길
미끄러운 커브길에서 차는 극도로 예민합니다. 약간의 브레이킹을 해도 코너 밖으로 빠져나갑니다. 핸들을 돌릴 수 있는 유효 회전각(Steer angle)도 크게 줄어듭니다. 평상시 핸들을 한번에 30도 돌려서 빠져 나갈 수 있던 길도 15도씩 아껴 돌려야만 빠져나올 수 있게 된다는겁니다. 절대 급조작을 피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급조작은 브레이크와 핸들에만 있는게 아닙니다.
엑셀의 급조작도 매우 위험합니다. 엑셀을 꾹 밟는다거나, 완전히 뗀다거나 하는 조작이 바로 그것입니다.
엑셀을 지긋이 밟고 코너를 들어갔다면 그 엑셀상태 그대로, 혹은 그 이상으로 밟고 나와야 합니다. 중간에 엑셀에서 발을 떼면(엔진브레이크를 하면) 차는 언더스티어(전륜구동)나 오버스티어(후륜구동)를 일으키게 됩니다.
그저께 밤, 제 옆자리 계신분(손재철·39)이 남태령고개 아래쪽 코너에서 서행으로 좌회전을 하다가 핸들은 왼쪽으로 꺾었는데 차가 그대로 직진을 하면서 나무를 들이받고 섰다고 합니다. 그 자리에 4대의 차들이 이미 사고를 일으킨 채로 멈춰 있었다고 하는데요. 바로 이게 엑셀에서 발을 떼면서 앞바퀴가 언더스티어를 일으킨 상황입니다.
엑셀을 유지했다면, 그게 어려우면 차라리 N에 놓았다면 이런 사고가 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커브길에서 브레이킹은 금물이지만, 상황은 언제나 원하는대로 되지 않죠. 커브 중간, 2~3미터 앞에서 브레이크를 해야만 하는 급한 상황에서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제 말은 이런 상황에서 급격한 엔진 브레이크를 이용하면 안된다는겁니다. 그저 브레이크를 살며시 밟으세요. 일부 미끄러지는 바퀴는 스스로 풀리면서 중심을 유지할겁니다. 그러면 코너를 벗어나지 않고 정지할 수 있습니다.
코너에서 빠져나가지 않고 돌아나갈 수 있는 비결은 뭘까요? ABS+VDC 덕분입니다. 여러분들의 차는 코너 안쪽의 앞바퀴에만 브레이크를 놓았다 쥐었다 하면서 제동력을 일으킵니다. 코너 바깥쪽 앞바퀴는 그대로 풀려있게 되는겁니다. 왜? 그렇게 해야만 여러분들이 운전대를 돌린 대로 차가 안쪽으로 돌 수 있으니까요.
만약 엔진브레이크였다면 코너 안쪽과 바깥쪽이 모두 제동력이 발생합니다. 안쪽은 바퀴가 놓았다 쥐었다를 못해 충분한 제동력을 얻지 못하고, 바깥쪽은 제대로 풀어주지 못합니다. ABS+VDC가 있는데, 전혀 동작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겁니다.
다시 말씀드리며
엔진 브레이크냐 일반 브레이크냐를 선택해야 할 상황이라면 그냥 순조로운 감속을 하는게 아닐겁니다. 차를 급히 감속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는 찰라의 기로입니다. 거기서 엔진 브레이크를 쓰라고 권장하는 것은 아무런 근거도 없고, 현실성도 없습니다. 저는 그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고 눈길에서 엔진 브레이크를 남용하지 말자는 취지의 얘기를 드리는 겁니다. 물론 일반적인 상황에서 감속할때 우선 엑셀 오프를 한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아는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고, 여러분들도 그 정도는 이해해 주실걸로 생각했습니다.
손가락을 보지 말고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보라는 말이 있죠. 보다 넓은 아량으로 제가 드리는 말씀의 본래 취지를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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