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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흥미꺼리/취재 뒷담화

2010년 차들 출시 - 왜 자꾸 신차가 나올까?

각 자동차 회사별로 2010년식 차들이 출시되었다. 이로 인해 내 차, 한층 더 구형차가 되어 버리니 속터지는 일이다. 이 몹쓸 자동차 회사들은 왜 매년 디자인을 조금씩 바꿔 신모델을 출시하는 것일까?
 
여러가지 핑계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내 차가 아직 꽤 탈만 하기 때문'이다.
 
유럽과 북미시장은 물론, 국내시장도 자동차 시장은 포화상태다. 4천만 국민이 자동차 1천만대 소유를 돌파하면서 차가 없어 구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기존에 타던 차를 새것으로 바꿔야 하는 상황으로 변했다.
 
그런데, 문제는 요즘 차가 너무 좋아져 폐차해야 하는 차의 수가 갈수록 줄어든다는 거다. 과거엔 차를 10년 타는게 어려운 일이었지만, 지금은 2000년에 생산된 차가 새차와 다름없이 도로를 씽씽 달리고 있다. 중고차 시장에도 10년 이상된 차가 수두룩 하다. 10년안에 폐차하는 사람은 드물고, 10년 넘은 차를 사서 몇년 더 타겠다는 사람도 많다. 시민단체 '자동차 10년타기 운동본부'는 '자동차 20년타기 운동본부'로 이름을 바꿔야 할지 모른다.
 
이처럼 모든 사람들이 차를 10년씩 타면, 자동차 회사들은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른다. 때문에 자동차 회사들은 더 오래 탈 수 있는 차를 만드는 노력을 하는 동시에, 멀쩡한 차를 두고 새 차를 사도록 유혹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이같은 문제를 일찌감치 해결한 분야가 있다. 바로 패션계다. 옷이나 구두, 핸드백이 없어 새로 사야하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에 매년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 퍼뜨린다. 시대에 뒤떨어진 옷을 입은 사람은 낡고 촌스럽다는 이미지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최근 자동차 업계도 차를 패션 아이템화 했다. 새로운 기술과 디자인 유행을 내놓아 기존 차들은 낡았다는 이미지를 줘야 하는 것이다.
 
허울 좋은 신차효과
 
사실 최근 출시된 K7이나 쏘나타 같은 신차는 거리를 달리기만 해도 시선을 끌어 모은다. 신형 쏘나타가 거리에 많이 돌아다닌다는 대수롭지 않은 얘기가 화제가 되기도 한다.
 
신차를 통해 소비자들을 매장으로 불러들이면 매장에 있는 기존 차들의 판매도 늘어난다. 업계에는 "자동차 회사는 신차를 먹고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신차효과는 극적이다.
 
제조사 입장에선 매년 신차를 내놓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사실 약간의 부품 변경도 비용을 크게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세계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은 출시 후 그대로 신차효과를 울궈먹을 수 있는 시기를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3년까지로 본다. 그 이후는 신차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디자인과 기능이 향상됐다고 호들갑을 떨면서도 실은 부품은 최대한 적게 바꾸는 페이스 리프트(Face Lift) 모델을 내놓는다. 표현 그대로 얼굴이 늙었으니 성형으로 떼워 보겠다는 전략이다.
 
시간이 더 지나 출시 7~8년 정도가 되면 인간으로 치면 70~80세가 된 셈이다. 얼굴 성형으로는 도저히 파릇파릇한 어린것들을 따라잡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요즘 것들은 몸매도 늘씬하고, 체중도 가볍고, 힘도 세기 때문이다. 이 때 자동차 메이커들은 기본 뼈대와 엔진을 모두 바꾼 '신차'를 내놓는다.

과거 유럽 메이커들은 8~10년 만에 신차를 내놨지만, 요즘 유럽 메이커들의 신차 출시 주기는 4~5년으로 급격히 줄었다. 심지어 2년만에 페이스 리프트 모델을 내놓는 것도 당연시 된다.
 
요즘 세계적인 유행은 유럽스타일의 중후한 배기음에 옆 창은 작고 유선형의 몸매다. 한눈에도 단단해 보이는 솔리드 느낌에 눈매(헤드램프)는 날카롭고 스포티한 느낌을 줘야한다. 엔진은 더 작으면서도 더 큰 힘을 내고, 서스펜션은 단단하고, 달리기도 더 잘달려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말 그대로 유행이다. 잘 달리는 차가 목적지까지 빨리 가는 것도 아니고, 단단하게 생겼다고 더 단단한 것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차가 이동수단이라는데는 변함이 없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