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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각종 국제모터쇼

부산국제모터쇼 다녀와보니 …세계에 이런 모터쇼 또 없어

4월 29일에 부산국제모터쇼를 다녀왔습니다.

지난 3월에는 제네바모터쇼, 4월에는 북경모터쇼를 다녀왔는데, 그로부터 얼마 안된터라 이들 모터쇼와 비교를 할 수 밖에 없더군요.

부산국제모터쇼는 세계적인 모터쇼라고 하기엔 그 규모가 너무 작았고, 추구하는 방향도 상당히 달랐습니다.

많은 기자들이 지적한 것은 오후 3시에 문을 걸어 잠궜다는 문제입니다. 그냥 불편했다는게 아니라, 모터쇼에 대한 개념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보통 프레스데이 행사날에는 자동차 업체들이 순서대로 발표를 하게 되는데, 그 발표는 오후 3시경에 끝났습니다. 발표가 끝나자 마자 문을 닫았으니 , 기자들은 순서대로 발표를 보기만 했을 뿐 별도로 취재를 할 기회가 없었던겁니다.

그런데 다른나라 모터쇼는 전혀 다릅니다. 세계적인 자동차 모터쇼는 기자들이 뭘 취재할지를 선택할 권한이 있고, 그 때문에 기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기 위한 노력을 합니다. 이 때문에 부스에 홍보 담당자들을 잔뜩 배치하기도 합니다. 폭스바겐 같은 부스는 아예 레이싱 모델이 한명도 없고, 그 대신 차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요원을 차 1대에 한명씩 전담배치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물론 이는 기자만을 위한게 아니고 관람객들을 위해서도 좋은 일입니다. 

국제모터쇼라는 이름과 걸맞지 않게 국내에서 유의미한 판매를 하는 수입차업체가 하나도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물론 로터스와 스바루가 참여하긴 했지만, 이들은 아직 월 10대도 팔지 못하는 상황이니까요.

사실은 2002년에 지금은 고인이 되신 안상영 부산시장이 벡스코를 짓고, 부산에도 뭔가 변변한 전시가 있어야 한다는 열망으로 인해 의미가 다소 부족한 모터쇼를 낳은것이라는 업계 관계자들의 불만도 있습니다. 특히 부산시가 주도해서 모터쇼를 추진하다보니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참여하는 업체들도 있었던것이 사실이구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번 부산 모터쇼가 볼거리가 전혀 없는 모터쇼였냐면 결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번 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인 기아 K5와 현대 아반떼는 정말 대단한 작품이었고, 그 전시 방법도 훌륭했습니다. GM대우의 알페온(VS300)도 이번 모터쇼를 빛낼만 했습니다. 

또, GM대우가 시보레를 도입한다는 중대 발표를 한데다가 중앙일보와 자동차 기자들이 모여 '올해의 차'후보를 공개하기도 했으니 충분한 역할을 한 셈입니다.

서울모터쇼가 2년에 한번 개최되는데, 기아차는 올해만 스포티지R, K5, 프라이드 신형, 오피러스 후속 등 4개차를 내놓고, 현대도 아반떼, 그랜저, 베르나 등 3개 차종을 내놔야 하는 상황입니다. 한국에 2년에 한번 개최되는 모터쇼뿐이라면 조금 부족한 면이 있겠죠.

진심으로 재미있었던 부산 모터쇼

이번 모터쇼가 재미있었냐고 물으면? 도쿄, 프랑크푸르트, 제네바, 북경과 비교해봐도 세계적으로 이렇게 재미있는 모터쇼는 또 없을것이라고 얘기하겠습니다. 왜냐면 우리의 손에 닿는 차들이 모두 나오고, 그 차를 만든 사람들이 모두 나온 모터쇼였으니까요. 만약 우리 모터쇼가 없어지고 해외에서 우리 차를 근근히 소개해야 하는 실정이라면, 그건 정말 재미 없는 일이 될겁니다.

오늘 맥북 프로를 구입한 기념으로 '코믹라이프'에 한번 넣어봤어요. ^^;;


기아차 부스는 이랬습니다. K5 때문에 그냥 기본은 먹고 가는거였죠.

그런데도 부스를 꾸미는데 상당히 노력한 흔적이 보였습니다.

일반적으로 단순히 네모 반듯한 화면을 설치하는게 일반적인데, 기아차는 이 화면을 최근 기아차 패밀리룩인 호랑이 이빨 스타일로 꾸몄더군요. 거기에다 국내 자동차 업체로는 유일하게 3D로 K5가 등장하는 영상을 보여줬는데, 정말 아바타 뺨치게 잘 만들었더군요. 보통은 취재하느라 화면도 안보는데, 이번에는 신기해서라도 화면을 안볼 수가 없었어요. 

K5는 경쟁업체들의 관심의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위 그림에서 보듯, GM대우와 르노삼성의 사장단이 와서 차를 유심히 뜯어보기도 했습니다. 사실 판매량으로 보면 게임이 안되는 경쟁이긴 합니다. K5의 실내 크기는 그랜저보다 클 정도니까요.


이날 첫 공개된 K5의 인기는 정말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K5의 출시라는 빅이슈로 다른 전시물이 가려지긴 했습니다만. 이런 모습도 있었습니다. K5의 풀 하이브리드 차량이 전시된겁니다. 풀 하이브리드는 도요타와 몇개 업체만 내놓고 있는 차량이죠. 저속에서는 전기모터의 힘만으로 주행한다는 겁니다.

또 중요한 발표중에 묻힌것이 있는데요. 2.4리터 세타 GDI엔진 외에도 1.7리터 터보 엔진도 선보였습니다. 2단 터보라고 하는 새로운 기술입니다. 어떤 차에 먼저 실리게 될지 궁금하네요.

현대차 그룹이 남아공월드컵 공식후원사이기 때문에, 이번 기아차 부스도 남아공 월드컵과 관련한 이미지를 많이 보여줬습니다.

스포티지R이 모터쇼에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당연히 많은 관심을 끌어 모았구요.

기아차 부스는 이번 모터쇼에서 가장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 것 같은데요. 이외에도 다양한 전시물들이 있었으니, 다음에 따로 한번 다뤄보겠습니다. 


김연아 선수를 만나다 

이번 모터쇼에서는 이런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바로 김연아 선수의 모습이었죠. 어느나라 모터쇼에서 김연아 선수를 볼 수 있겠어요?

김연아 선수는 현대차부스에 신형 아반떼를 타고 등장했는데요.

이날 신형 아반떼의 실내를 본 것은 김연아 선수 뿐인 셈이죠. ^^;;

김연아 선수가 입은 저 티셔츠는 일본 유명 브랜드라고 한 기자가 귀뜸해주던데 그럼 저 재킷과 신발은 뭔지 알려지지 않았나요? 항상 김연아선수가 입은건 동이 난다고 하던데요.

수입차도 나왔다. 정말로...

이번에 처음 국내에 론칭한 수입차 브랜드인 '스바루'는  모터쇼 론칭은 그나마 잘 한게 아닌가 생각해요. 아 모델분 선택도 너무 잘하셨구요. 



그런데, 가격대가 너무 높고 한국 실정에 맞지 않는 실내 디자인이라서 성공 여부는 불투명해 보입니다. 이 돈이면 BMW를 사지.. 라는 얘기가 절로 나오는 가격이더라구요.

소위 '뽀대'라는 것에서 부족하다는겁니다. 오너는 차에 타는 사람에게 일일히 스바루를 타는 이유를 설명해야 하겠죠. "이 차가 사륜구동이라서 뭐가 좋고, 미국에서는 최고의 차고..." 

그런게 한국에서 잘 될지 모르겠습니다.


GM대우도 성공적인 "깜짝 쇼"

GM대우는 전통적으로 행사를 잘 하는 브랜드입니다. 현대기아차보다 오히려 나은 경우가 많았어요. 행사 비용도 더 많이 쓰구요. 아마 미국 기준으로 비용을 책정하다보니 그런게 아닐까 생각도 들어요.

이번에는 준대형차 알페온을 내놨어요. GM대우 회사명 아래에 알페온이라는 별도 브랜드로 판매하겠다는 설명을 하더라구요. 차명이 브랜드명이 되는 경우가 많지는 않은데, 이번에 그렇게 한다고 하니까, 결과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요.


한국 브랜드는 한채영씨가 소개하고, 미국 시보레 브랜드는 미국인이 소개하는 장면이예요. 이 양국 브랜드의 화합과 시너지 효과를 강조한 퍼포먼스였겠지요.

마이크 아카몬 GM대우 사장은 이번에 제대로 눈 도장을 찍은 것 같아요. 저분은 눈동자가 너무 검어서 수퍼내추럴이 좀 생각나기도 하는데. 음음.


국내 출시를 하겠다고 하던 카마로. 디자인은 마음에 듭니다만, 가격이 어떻게 들지가 걱정이네요. G2X의 전철을 밟을까봐서요.
모델분들은 한국분들이 제일 예쁘다는 느낌이 들어요. 아무래도...

아우 어찌나.. 귀여우신지.

황미희씨는 전통적으로 멋진 포즈를 취해주셨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약간 옷빨이 안받았던 것 같네요.
GM대우는 모델 옷을 가장 예쁘게 만들어주셨다는 점에서 칭찬!

르노삼성은 너무 익숙한듯

르노삼성 부스는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었더군요.

이거 제네바나 북경에서도 이 차에 저 옷을 입은 모델이 섰었는데, 다시 보니 반갑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이걸 콘셉트카 eMX라는 이름으로 내놨는데, 저는 좀 이상한것 같아요. 콘셉트카라면 뭔가 콘셉트를 보여줘야 하는거 아닌가요? 앞으로 이런 차를 만들겠다거나, 이런 기술력을 가졌다는 정도. 

하지만, 이 차는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어요. 밀가루 반죽같은 느낌이네요. 그나마도 몇년째 나오고 있으니 참.


토스카가 왜 여기에.. SM5가 메인 차량으로 중앙에서 공간만 차지하고 전시돼 있었어요. 이번 모터쇼에서 특별한걸 보여줄 생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우리의 메인카는 이것. 뭐 그런 의미로 볼 수 있겠죠.
이번 모터쇼에선 처음으로 SM3의 2.0리터 모델을 선보였어요. 이는 아마도 현대 아반떼와 포르테가 직분사 1.6리터 엔진을 장착하게 되면서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일 것 같은데요. 2.0리터로 같은 힘을 낼 예정이어서, 조금 아쉽긴 합니다.

현대 아반떼는 무려 18km/l의 연비를 낸다고 하는데, 그 연비를 얼마나 따라갈 수 있을지요.


범퍼 아래쪽 립이나, 에어로 파츠가 장착된 모습입니다. 휠도 훨씬 더 커졌구요. 이같은 튜닝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라고 합니다. 

르노삼성도 좋은차를 만드는 회사입니다만, 이번 모터쇼에 들인 노력은 약간 부족한게 아닌가 싶네요.


수입차가 이번 모터쇼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수퍼카 부스를 별도로 마련해 임의의 전시를 하기도 했습니다. 전시비를 내고 들어온 것은 아니고, 차를 빌려달라기에 빌려줬다는... 약간 파행적인 방법의 전시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저 람보르기니에는 벼라별 브랜드의 광고가 다 붙었죠. 범퍼에 붙은 소울다이브는 J2엔터테인먼트의 소속힙합그룹이름입니다. 측면의 피코사운드는 수퍼카 머플러 제조사구요.

이래저래 이번 모터쇼는 해외 브랜드의 참여가 없었고, 이로 인해서 많은 분들이 실망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말씀드렸다시피, 또위의 사진에서도 보여드렸다시피 다채로운 볼거리가 많았고, 특히 우리 한국사람들에게는 세계 어떤 모터쇼보다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모터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후 3시에 문을 닫지 않나, 심지어 5시경에는 서울로 가는 막차를 보내버리지 않나. 부산 모터쇼조직위원회 마인드를 보면 모터쇼 본연의 임무가 무엇인지 망각한 것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국내 모터쇼들이 모두 정치적인 이유에서 벗어나 자동차 기업들에게도 이익이 되고, 소비자들에게도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장으로 거듭나면 좋겠습니다. 모터쇼가 국내의 싸늘한 자동차 문화에 따뜻한 불을 지펴주는 역할까지 해주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