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동차 흥미꺼리/취재 뒷담화

[궁금녀Q&A] 스위스 제네바모터쇼에서 만난 '양극화'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는 세계 자동차 시장의 트랜드를 파악할 수 있는 장으로 알려져 있지요. 세계 자동차 시장은 어떻게 움직이게 될까요? 제 생각에는 이럴 것 같습니다.




궁금녀> 김기자님 오늘은 스위스에 계신다구요.


답변남> 네, 제네바모터쇼 취재차 스위스에 와 있습니다. 올해가 3번째 오는건데요. 올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주변 풍경이 완전히 화보 같은 곳이예요. 운전하고 오는데, 달력에서 보는것 같은 눈덮인 산이며 호수가 창밖에 쫙 펼쳐져 있어서 그림 속을 운전하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궁금녀> 아 지금 자랑하시는건가요? 부럽네요. 하지만 일단 모터쇼 얘기를 들어야겠어요. 모터쇼는 어떻던가요.


답변남> 네, 지난번에 파리모터쇼에서 통화할 때도 말씀 드렸지만, 요즘은 모터쇼에 나오는 차들도 양극화가 점차 심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궁금녀> 모터쇼에서 양극화라면 뭘까요. 


답변남>    그러니까 요즘 사회에서는 흔히 사람들이 가난해지고, 부자들은 더 부자가 돼 가는 것을 가리켜서 양극화라고들 하잖아요. 이번 모터쇼에서도 경제성을 중시하는 사람들을 위한 차가 점차 많아집니다. 소형차 밑에 초소형차. 소형SUV 밑에 초소형 SUV… 같은 식으로 말이죠. 배기량도 예전에는 적어도 2000cc는 돼야 한다는 식이었는데, 요즘은 1.2리터나 0.9리터 같은 차들도 많이 나옵니다. 연비도 좋아지고 차 가격도 좀 내려가니까 경제성이 좋겠죠. 


궁금녀> 경제성을 중시하는 차들이 많아진다면 좋은 소식이네요. 그러면 경제적이지 않은 차들도 많은가요?


답변남> 네, 반대로 슈퍼카들은 점차 커지고 비싸지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페라리, 람보르기니, 퀘닉세그, 파가니, 맥라렌, 롤스로이스, 벤틀리 같은 이름만 들어도 어마어마한 회사들이 모두 신차를 내놨습니다. 


특히 페라리는 별도의 이름 없이 라페라리라는 이름의 차를 내놨습니다. 영어로 하면 더 페라리 쯤 되는 겁니다. 이 차는 기존에 있던 그 어떤 페라리보다 강력한데 6.3리터 엔진과 전기모터가 장착돼서 963마력을 낸다고 합니다. 보통 시속 100km까지 10초 이내에 들어가면 빠르다고 하는데 이 차는 시속 200km까지 7초면 도달하고, 시속 300km도 15초면 도달한다고 하니까 어마어마한거죠.


차는 세계에 499대만 생산한다고 하구요. 가격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는데 적어도 10억은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파가니가 내놓은 와이라라는 이름의 신차도 13억이나 하구요. 롤스로이스도 10억 정도의 차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궁금녀> 어마어마하네요. 집 몇채 값이어서 언감생심 중산층은 꿈도 못꿀 가격이네요. 어째서 그렇게 비싼건가요?


답변남> 퀘닉세그라는 브랜드에서 내놓은 훈드라라는 차는 이번에 차체와 휠까지 전체를 카본으로 만들고, 거기에 부분적으로 금색 띠를 둘렀는데요. 알고보니까 이게 금색이 아니고, 진짜 24K 금이라고 하더라구요. 흔히 비싼 물건을 보면 금테라도 둘렀냐. 뭐 이런 얘기하는데, 이 차는 진짜 금테를 둘렀다고 하니까 할말이 없더라구요. 


궁금녀> 재미있네요. 다른 차들도 그렇게 비싼 이유가 있었나요?


답변남> 사실 슈퍼카라고 해서 반드시 비쌀 이유가 있는건 아니죠. 어떤 차들은 50년이 넘은 브랜드라고 자랑하면서 당연히 비싸다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실제로는 50년전에 그 차를 만들었던 회사하고 지금 회사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실제로 슈퍼카 회사들은 대부분 대공황 시대를 전후해서 망했는데 그걸 요즘 대중적인 차를 만드는 회사가 인수한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람보르기니나 벤틀리 같은 회사는 폭스바겐이 인수한거구요. 롤스로이스 같은 경우는 BMW가 인수해서 시너지 효과를 누리고 있지요.


사실 이렇게 양극화 된 분위기 속에서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들도 느끼는 바가 있을겁니다. 우리가 중산층을 위한 차는 잘 만들지만 럭셔리카 쪽이나 슈퍼카 쪽은 거의 제대로 못만들고 있거든요. 생산 원가는 비슷한데 몇배는 비싸게 팔리는 슈퍼카쪽도 좋은 브랜드를 키워나가면 공략 할 수 있을거라고 봅니다. 


궁금녀> 특이한 차들은 없었나요?


답변남> 이번 제네바모터쇼에는 특별한 차들보다는 안정적인 차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아마 유럽이 불황이고, 자동차 회사들도 힘든 상황이니까 막연한 콘셉트카 보다는 내놓았을때 팔릴게 분명한 것들 위주로 나온겁니다. 


특이하다고 하면 일본 도요타가 3바퀴로 가는 오토바이 같은 것을 내놨는데요. 오토바이 같이 생겼는데 바퀴가 3개라서 절대 넘어지지 않게 만들어져 있고, 헬멧을 쓰는 대신 자동차처럼 안전벨트도 매게 돼 있고 천장도 있어서 비교적 안전하고 편리합니다. 


뒷바퀴도 꺾이기 때문에 좁은 공간을 요리조리 쉽게 빠져나갈 수 있게 만들어져 있으니까 도심에서 막히는 차 사이로 요리조리 달리는데 제격입니다. 2인승이구요. 자동차와 오토바이의 장점을 모았다고 할 수 있겠죠. 


궁금녀> 요즘 친환경이 대세고, 스위스가 친환경에 관심이 많은 나라니까 당연히 전기차 업체도 나왔겠지요?


답변남> 전기차 회사도 많이 나왔는데요. 그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건 테슬라입니다. 이 회사는 엘론머스크라는 유명한 인물이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 사람은 페이팔이라는 인터넷 결제 시스템을 개발해서 수조원에 팔기도 했구요. 민간 우주여행을 시켜준다면서 우주선을 만들어서 우주 여행서비스를 시작하기도 한 사람입니다. 아이언맨의 실제 주인공이라고도 하지요. 


이번에는 이 엘론머스크라는 사람이 테슬라라는 전기차 업체 부스에서 직접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그동안 전기차를 이용하는데 충전 비용이 문제가 됐는데, 아예 주유소처럼 자신들이 유럽전역과 미국 일부 지역에 전기차 충전소를 만들어서 평생 무료로 충전할 수 있게 해준다는 내용입니다.


엘론머스크는 태양광 사업도 하고 있는데, 충전을 무료인 태양광으로 하기 때문에 별도로 돈을 받을 이유가 없다는게 그의 설명입니다. 


궁금녀> 특이한 업체도 나왔다던데요.


답변남> 네, 예년에 나왔던 업체들 위주로 나왔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중국 회사가 진출했습니다. 코로스라는 회사인데요. 중국차인데 품질이 너무 우수해서 기자들이나 주변 관계자들이 깜짝 놀랐습니다. 


생산은 중국에서 하긴 하지만 이스라엘에서 50% 지분을 내고, 중국에서 50% 지분을 내서 만든 회사인데요. 디자이너는 아주 유명한 BMW의 미니 브랜드 디자인 총책임자를 데려왔고, 기술개발은 벤츠나 BMW 일부 차종을 설계하는 회사에서 했습니다. 실제로 연구소는 독일에도 있으니까 이 차는 기술은 독일 기술이고 생산만 중국에서 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이 업체가 이렇게 우수한 품질에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연말에 중국과 유럽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하는데요. 우리 차가 중국자동차들에 잘 대응할 수 있을지 걱정도 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