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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신기술

하이브리드 딜레마…미래의 차 vs 과도기산물?

얼마전 "하이브리드는 지나치게 기술집약적이며 과도기적인 산물에 불과하다"는 내용을 기사에 적은 바 있습니다. 의외로 독자들의 반발이 심했기 때문에 그같은 문장이 나오게 된 이유를 설명해드리겠습니다. 
 
2007년 1월, 당시 전기차 전문 업체 레오존의 이정용사장은 저와의 인터뷰를 통해 "하이브리드차는 과도기적 제품"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하이브리드는 결코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리송한 얘기였습니다. 기름을 적게 쓰는데 어째서 에너지를 절약하지 않는다는 것일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하이브리드의 에너지 효율 향상은 그저 오른손에 들고있던 짐을 왼손으로 옮겨드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는 겁니다.

에너지 보존법칙을 운운하지 않아도 이 세상 모든 물건이 움직이기 위해선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아실겁니다.

환경을 보호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움직이는 일, 즉 에너지를 소비하는 일을 줄이는 것입니다.

차를 몰지 않고, 불필요한 불을 켜지 않고, 지나치게 난방/냉방을 하지 않고, 종이나 옷가지 등 물건을 만들었다 폐기하는 속도를 줄이면 되는 겁니다.

차를 몰지 않을 수는 없으니, 차를 가볍게 하는 것이 그나마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입니다. 또 같은 기계장치로 연비를 높이는 것이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경차등 가벼운 차를 몰거나 연비가 좋은 디젤차를 몰면 분명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게 됩니다. 

하이브리드는 에너지 절약이 아냐? 
 
네, 하이브리드차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방법이 아닙니다.

복잡한 하이브리드 차의 원리를 조금만 살펴볼까요?

이 차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연료를 태웁니다. 연소된 연료를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해서 조금 더 멀리 갈 수 있도록 합니다. 

독자분들이 에너지보존의 법칙을 아실테니, 연소를 통해 배터리를 충전하고, 그 배터리로 다시 차를 달리게 한다면 반드시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을겁니다.

그러나 자동차는 등속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가속과 감속을 번갈아가면서 하기 때문에 감속하는 동안만 배터리를 충전시켜 가속할때 활용한다는 것이 하이브리드차의 원리입니다.

실질적으로 버려지는 동력을 재활용한다는 의미에서 하이브리드는 절약이라고 제조사들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이브리드차는 기존 휘발유차의 모든 기관을 그대로 갖고 있습니다. 거기에 배터리와 모터 등 전기자동차의 대부분 기관을 추가로 갖고 있습니다. 두대 자동차에 들어가야 하는 장치를 차 한대에 구겨넣은셈이니 차체 무게가 훨씬 무겁습니다.

휘발유는 조금 덜 들어갈지 몰라도 전체 질량은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차량이 소비하는 에너지의 총량은 일반 휘발유차보다 커집니다.

과연 환경친화적일까?

하이브리드차는 모두 리튬 배터리를 이용합니다. 도요타나 혼다는 Ni-MH(니켈 메탈 하이드라이드)를 이용하고 현대나 GM은 리튬-폴리머 전지를 이용합니다.  

리튬은 반응성이 커서 전지가 제조된 직후부터 열화(degrading)가 시작됩니다. 사용하든지 사용하지 않든지에 관계없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노화됩니다. 점진적으로 노화되므로 2~3년이지나면 성능이 조금씩 줄어들고 5~10년 안에는 반드시 교체해야 합니다. 교체하지 않고 달고 다녀도 되겠지만, 그러면 오히려 불필요한 무게를 늘리는 짐만 되겠지요. 

배터리를 교체하면서 모터와 인버터등 관련 부품을 모두 교체해야 합니다. 이때 중고차를 구입하는 정도의 돈이 들어갑니다.

지금 우리 환경은 휴대폰 등에서 발생하는 배터리도 처치 곤란입니다. 강한 알칼리 금속인 리튬을 어떻게 폐기해야 할지 이미 골머리를 썩고 있는데, 10년 후 차 한대당 수십킬로씩 싣고 다니는 배터리가 일시에 쏟아져 나오면 대체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그래도 연비는 높지 않나?

하이브리드를 이용하면 정말 연비가 높아지는가 궁금하실 것입니다.

사실 정속 주행 연비의 경우 앞서 말한 이유로 하이브리드를 장착한차가 그렇지 않은차에 비해 오히려 떨어집니다. 에너지 보존의 법칙에 따라 효율이 낮을 뿐 아니라 차체도 수백kg이나 더 무겁기 때문입니다. 
대체로 하이브리드차는 배터리가 작아 정속주행시 1시간 내에 충전된 전기가 금세 바닥납니다. 만일 배터리를 늘리면 전기는 오래가겠지만 무게가 늘어나기 때문에 연비가 더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모든 하이브리드차들이 일반 엔진에 비해 연비가 좋은 경우는 오로지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시내주행에서만입니다. 

공인 연비향상도 아슬아슬하게 경계를 넘는 수준입니다. 잘 나온다고 하는 하이브리드차의 연비도 18~22km/l 수준으로 일반 디젤 차량에 비해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수동 디젤차에 정차시 시동을 스스로 정지하는 기능(ISG)까지 덧붙이면 하이브리드차의 연비를 훌쩍 뛰어넘고 맙니다. 현재 일반적인 디젤차(폭스바겐 폴로)가 가장 뛰어난 연비의 하이브리드차(프리우스)의 연비를 넘고 있습니다.

그럼 현재는 어떤게 대안인가?

결론적으로 하이브리드는 현재의 디젤엔진을 대체하지도 못할 뿐더러 미래의 자동차에 쓰일수도 없는 과도기적 방식입니다. 일본인들은 이를 마케팅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결국 환경을 더 많이 파괴할 뿐입니다.

수소전지 등 대체 연료 개발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수소전지는 액화수소에 백금촉매를 꽂아 전기를 뽑아내고 이 전기를 통해 차를 움직이게 하는 기술입니다. 환경친화적이긴 하지만, 아직 수소를 저렴하게 뽑아내는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현재 액화 수소는 같은 양의 휘발유보다 8배 가량 비쌉니다. 그리고 촉매에 사용되는 백금도 결코 적지 않은 금액입니다.

수소를 휘발유 엔진에 직접 분사해 폭발시키는 'BMW Hydrogen 7' 등의 방식도 있지만, 효율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가정용 콘센트를 통해 전기를 충전시키고 작은 엔진으로 전기를 발전시키면서 달리는 '시보레 볼트' 등의 방식이 현재로선 가장 진보된 방식이지만, 아직 판매되기 전입니다. 물론 콘센트를 꽂을 수 있는 곳도 없구요.

사실 현재로선 디젤 엔진이 대안입니다. 현재까지 나온 기술 중 가장 값싸고 연비가 좋은 엔진을 만들 수 있는 기술입니다. 

연비나 관련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해 현재 30.4km/l 를 넘은 상태입니다. 운전자들의 거부감도 적고 인프라도 충분히 마련돼 있어 가까운 미래의 차 엔진으로도 장착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